[다산칼럼] 중소기업에 돌 던지기 .. 柳東吉 <숭실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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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소년들이 연못가에서 놀면서 물 속으로 돌을 던졌다.
그 속에 살고 있던 개구리들이 소리쳤다.
"너희들은 장난으로 하지만 우리는 생명이 오락가락한다"고.그러자 소년들은 돌 던지기를 그만두고 떠나갔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와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그 목적이 어디에 있건 중소기업이 그 부담을 다 안게 돼있다.중소기업은 돌 던지기가 멈춰지길 기대하는 것 이외에 달리 대처할 길이 없다.
일할 사람이 없어 공장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
청년실업자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일손을 구하기가 어렵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배정받고자 신청을 해도 경쟁률이 높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실상이다.
중소기협중앙회에 따르면 평균 근로시간이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중소기업은 62.7%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더 많이 일하지만 생산성은 그들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일할 시간을 줄일 때 우리에게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기업체의 추가 인건비는 연간 2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경총은 주장한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기업은 인력관리를 합리적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주40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은 왜 안 들고 나오는지 알 수 없다.
관리할 인력마저 부족하다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적게 일하고 여가를 즐기면서 편하게 살고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여건이 허락하면 노동시간을 계속 단축해 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서두를 일은 더욱 아니다.
지난 27일 토요일 공무원이 첫 휴무를 시행했는데 별 혼란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무직 이야기이지 생산현장의 이야기는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의 부작용이 별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돼도 임금상승효과는 2.83%에 불과할 것이라는 노동연구원의 분석이 그것이다.
중소기업계는 잘못된 분석이라고 비판한다.
중요한 건 이러한 분석보다 가중될 중소기업 인력난을 어떻게 해소하고,비용증가요인을 어떻게 경감시킬 것인지를 따져보고 대비하는 일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어떤가.
현행 외국인 연수취업제도로는 외국인의 인권침해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불법취업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지금은 법이 없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인권침해문제는 불법체류자를 중심으로 발생한다.
한국과의 임금격차가 적게는 10배 많게는 40배나 되는 중국·동남아 국가의 근로자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한국에 들어오려 한다.
관광비자로,기타방법으로 입국해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과 이들을 고용하는 일부 악덕업자들을 제대로 단속하지도 못하고 인건비 증가를 무릅쓰면서 고용허가제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해도 불법취업자는 늘어날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인력수급계획,외국인근로자 도입과 관리방법의 개선,외국인근로자 불법 고용주에 대한 제재 등을 통해 해결의 길을 찾아야 한다.월드컵 축구의 입장권이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는 불법 취업을 위한 한국입국비용이다.
일찍이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던 독일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국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귀국촉진법을 제정하기까지 했으나 효과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일본도 우리의 산업연수생제도와 비슷한 기능실습제를 실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만에서는 불법취업자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고용허가제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을 똑바로 봐야 한다.
이상(理想)만을 앞세워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정책선택을 잘못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 국민에게는 위기의식이 있을 수 없다.
위기가 닥쳐와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중소기업에 돌을 던지면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한다.
이제 이런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yoodk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