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과 사춘기의 너에게 준 충격이 얼마나컸을까 생각할 때 아버지는 언제나 너에게 본의 아닌 못할 일을 한 것 같아 죄책감을 느껴왔다"(80년 12월 7일) "나는 너를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죄책감에 무거운 부담감을 느낀다. 만 30세가 넘도록 아버지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두 번이나 결혼의 길을 잃었고... 직장 조차얻지 못하고 있다"(80년 11월 24일) 이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를 당시 3남 홍걸씨와 2남 홍업씨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김 대통령은 감옥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평생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투쟁해온 아버지 때문에 성장기에 심적인 고초를 겪어야 했던 세 아들에대한 연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3남 홍걸씨에 대한 김 대통령의 사랑은 애틋하게 표현됐다. 김 대통령은 옥중 서신에서 홍걸씨가 초등학생때 김 대통령의 납치사건을 겪고,중학교 3년동안 아버지가 감옥에 있었고, 고등학교 학생이 돼서는 아버지가 연금되고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아 수감되는 것을 보아야 했다는 점을 소상하게 기록했다. 김 대통령은 서신에서 "나로 인해 네가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며..."(82년 1월 29일), "너는 혹독한 시련을 치르는 과정에서 남에 대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는 철저한 방어적 심리과정을 지켜왔다"(82년 9월 23일)라며 막내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과거 민주화 투쟁 당시 아버지로서 한창 성장기에있었던 아들들을 보살펴 주지 못한 마음의 빚을 느끼며 최근 비리연루 의혹에 몰리고 있는 아들들에게 더욱 간절한 연민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