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3:15
수정2006.04.02 13:17
여수산단내 호남석유화학(대표 이영일)이 23년째 무분규 장수사업장으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사내 활발한 대화채널이 구축된 덕분이다.
매분기 노사협의회를 열어 작업현장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있다.
현장운영위원회라는 독특한 제도를 통해 직원들과 부서장들이 얼굴을 맞대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이 회사 노사관계의 또 다른 특징은 회사가 직원가족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한다는 점이다.
직원 부인의 생일날 축하꽃을 보내준다.
컴퓨터 꽃꽂이 등 교양강좌도 마련해준다.
자녀들을 위해 체험학습,역사탐방,산악훈련 등도 주선해준다.
이는 노사간 서로를 더욱 신뢰하게 하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지난 80년.96년 노동법 개악에 대한 이견으로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을 탈퇴한 이후 그동안 노조는 상급단체없이 홀로서기를 해왔다.
회사와의 관계가 원만했기에 상급단체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또 산단내 어지간한 동종업체들이 그동안 수없이 파업의 몸살을 겪고 있을 때도 이 회사에서는 조그마한 마찰음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회사도 이런 직원들을 믿고 지금까지 꾸준히 회사 생산설비를 증설해왔다.
IMF때 인근 업체들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겪을 때에도 설비증설의 손길은 멈춘 적이 없다.
그래서 이곳은 언제나 타사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이다.
고밀도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등 주력 생산품의 시장점유율은 언제나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노사신뢰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자금난에 시달리는 석유화학업체가 생기면 인수업체로 으레 호남석유화학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회사는 이같은 탄탄한 배경을 바탕으로 21세기를 이끌어갈 생명공학분야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까지 나프타분해공장과 폴리에틸렌공장 등의 장기 생산시설 증설계획을 마치고 오는2005년에는 연매출 3조원의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워두고 있다.
이영일 대표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는 노사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기업은 더이상 존속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냉엄한 기업 환경"이라며 "먼 훗날까지도 호남석유화학이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남기 위해 더욱 새로운 각오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작정"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여수=최성국 기자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