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기꾼 '활개' 친다 .. 지난해 3만3천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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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이버 증권계좌가 해킹당한 사건이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적발됐다.
수사 결과 범인 박모씨(24)는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차명계좌를 확보한 뒤 해킹으로 알아낸 사이버 증권거래용 ID와 비밀번호를 도용, 제3시장에서 주식투자를 통해 1천여만원의 불법 이득을 챙겼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기존 금융범죄에 이용되는 계좌는 노숙자 명의나 습득한 신분증 등을 이용했으나 이 사건은 차명계좌를 확보해 확실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채팅과 이메일을 이용한 새로운 범죄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북파공작원 특수부대 '실미도' 영화펀드 사기, 유령 외국신용카드 발급 사기, 분양투자 미끼 사기, 쇼핑몰 사기 등 각양각색의 인터넷 경제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이버범죄 발생건수는 지난해 3만3천2백89건으로 전년(2천4백44건)에 비해 13.6배나 늘어났다.
지난해 사이버범죄중 사기사건이 39%(8천7백70건)로 가장 많았고 올들어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사이버 범죄수사대측은 밝혔다.
◆ 경기 좋은 곳에 사이버범죄도 많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증권해킹프로그램으로 증권계좌를 해킹한 피의자를 최초로 검거했다.
강모씨(29)는 모 대학교 전자계산소 연구원으로 주식투자에 실패해 1억원을 날리고 각종 빚에 쪼들리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강씨는 인터넷 증권거래 프로그램의 보안상 허점을 이용, 해킹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 2백여명의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이를 이용한 시세조작을 통해 4천3백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인터넷을 통해 주택청약통장을 매입한 후 웃돈을 받고 팔아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윤모씨(48) 등 이른바 '떴다방' 업자와 주부 등 14명은 인터넷 벼룩시장에 주택청약통장 매입 광고를 올려 3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의 웃돈을 주고 타인명의의 청약통장을 다수 매입, 이를 다시 웃돈을 얹어 또 다른 떴다방 업자들에게 팔아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외국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며 회원을 모집해 거액을 편취한 신종 사기도 등장했다.
정모씨(43) 등 2명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비바리베이트 코리아'를 설립, 신용불량자에게 미국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겠다고 속여 6만4천여명의 회원을 모집해 관리비 및 지점 보증금 명목으로 5억원 이상을 챙겼다.
◆ 사이버기업 신용분석 시급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 경매에서 직거래를 통한 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며 "'개인정보를 입력하세요' '싼 값에 분양합니다' 등의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챌 강지연 기획팀장은 "인터넷 쇼핑몰 중 P2P(개인간 거래)가 이뤄지는 곳에서 불미스런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면 일단 의심을 가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옥션 최상기 과장은 "전자상거래를 할 때는 가급적 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쇼핑몰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가 까다롭더라도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거나 본인의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사이트 등이 비교적 안전한 쇼핑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대 관계자는 "사이버기업에 대한 신용분석 등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후진.정대인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