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독일에서 열린 정보통신박람회 '세빗' 전시장의 삼성SDS 부스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영국 왕실의 앤드루 왕자가 이 곳을 방문한 것이다. 앤드루 왕자는 드넓은 세빗 전시장에서 단 두곳만을 찾았다. 세계 최대의 기업용 솔루션 업체인 SAP과 한국의 삼성SDS 부스였다. 산업혁명의 발원지로 인류 역사를 한 단계 도약시켰던 영국이 이처럼 한국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가 IT(정보기술) 분야에서 대표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단 영국 뿐이 아니다. 독일 슈뢰더 총리는 "독일은 한국을 제외하고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IT산업이 성장한 나라"라며 "독일은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거대한 인터넷 제국을 건설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발머 회장 역시 세계 IT산업 흐름을 설명하다가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산업혁명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디지털 혁명에서 한국은 전세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과 6~7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인터넷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그러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8백10만가구에 달한다. 초고속망이 비교적 많이 보급돼 있는 캐나다 스웨덴 미국 등에 비해서도 두배가 넘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분간 경쟁 상대가 없다는 말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도 한국이다. 월 3만원 정도면 무제한으로 초고속망을 이용할 수 있고 인터넷 카페, PC방 등 어디에서든 시간당 평균 1달러의 비용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3천만명을 넘어섰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3세대 이동통신(cdma2000 1x)의 가입자는 4백여만명에 달한다. IT는 한국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으로 부상했다. IT산업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8.6%에 불과했지만 2001년 말 기준으로 13.4%로 높아졌다. 이동통신 산업의 수출액은 98년 17억달러에서 지난해 1백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조만간 휴대폰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능가하는 최고의 수출상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CDMA 기술을 기반으로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은 세계 최초로 데이터의 전송 속도를 16배나 높인 'cdma2000 1x EV-DO'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조만간 월드컵을 맞아 2GHz 대역에서 세계 처음으로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시연하고 내년 초에 상용서비스에 들어간다. 전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서비스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무선인터넷 가입자가 2천4백만명에 달하면서 휴대폰을 이용해 e메일 검색, 인터넷 이용 등은 물론이고 은행업무나 주식거래, 회사업무 처리까지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음성통화에 주력하고 있는 선진국의 통신업체와 비교하면 3~4년은 앞서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고화질 디지털TV, 온라인 게임, 위성방송수신기, 시스템통합(SI), 정보보안 분야 등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IT산업에서 글로벌 리더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기 위해 향후 5년간의 비전을 담은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2006년까지 인터넷 이용인구를 전국민의 90%로 확대하고 기업 정보화를 촉진시켜 전 산업의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며 전자 섬유 등 핵심산업의 전자거래 비율을 현재 4%에서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 현 전자정부의 개념을 뛰어넘어 휴대폰 등으로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한편 최소 1Mbps급 초고속 인터넷을 산간 오지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정보통신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IT분야의 핵심 전략 수출품목을 육성하고 수출선 다변화를 통해 2006년까지 IT수출 3천5백억달러, 무역흑자 1천1백억달러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IT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통신업계의 재편, 음란물 유통이나 해킹 등 정보화의 역기능 해소, 정보격차 축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피땀흘려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IT 혁명'에 현명하게 대처하면 '글로벌 리더, e코리아' 건설의 희망은 매우 밝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