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42
수정2006.04.02 12:46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된 뒤 새로 들어선 과도정부는 불과 48시간도 존속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런 과정의 배후에는 군부가 있었다.
이처럼 전례없는 정변은 베네수엘라 군부의 역할이 급격히변화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군부는 스스로 내세운 대통령을 축출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 12일 차베스 대통령을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축출한 주체는 장군들이었다.
그리고 차베스 대통령 후임으로 임명한 임시 대통령의 사임을 강요한 주체도 장군들이다. 물론 후자의 장군들은 다른 장군들이었다.
차베스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생각한 장군들은 차베스 반대자들의 세력을 오산했다.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지난 11일 그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군중을 향해 발포해 최소한 13명의 사망자를 내자 차베스 반대자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신뢰마저 무너저 버렸다고 생각했다.
차베스 반대자들은 시위 군중에 대한 무자비한 대응으로 수도 카라카스 빈민촌의 핵심 지지자들마저도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카라카스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베스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는 이같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대중적인 메시지를 신뢰하는 빈민 수천명은 차베스 대통령의 박대를 받아온 경제계 엘리트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강력히 저항할 태세를 했다.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빈민층의 지지는 그렇게 간단히 무너지지 않았다.
게다가 새로 들어선 과도정부는 국제적인 승인을 받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중남미 인접국들은 차베스 대통령 축출이 구태의연한 쿠데타와 너무나 닮았다고 우려를 표명하기조차 했다.
경제난으로 스스로 물러난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사임과는 차원이 달랐다.
일부 군부 세력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다시 대통령을 갈아치웠다.
군부가 차베스 대통령을 축출할 때 이미 군부의 위상은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다시 페드로 카르모나 임시대통령을 갈아치우며 막강한 실력을 다시 나타냈다.
차베스 대통령은 빈민층과 일부 군부 세력의 지원으로 다시 권좌에 복귀했다.
그렇지만 군부는 이 과정에서 이 나라 권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드러냈다.
군부는 앞으로도 막강한 배후 세력으로 존속할 전망이다. 차베스 대통령 실각에서 복귀까지 어느 누구도 군부를 통솔할 정도의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베스 대통령도 군부 출신이지만 앞으로 권좌를 유지하려면 군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남미 대륙에 부는 민주화 바람으로 어느 나라의 군부도 물론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군부는 막강한 배후 세력으로 남아 이 나라정치를 계속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h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