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정유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달에 두번씩이나 휘발유 가격을 올리면서까지 유가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릴 때는 재빠르게 올리고 정작 내려야 할 때는 더디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불만에 대해 억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거에는 석유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가격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런 불만이 제기되는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정유사간 경쟁이 치열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정유사들이 따라가는 것일 뿐이라는 항변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 3월 한달간 두바이유의 가격은 18.9%,환율은 0.3% 각각 올랐으나 국내 휘발유가격은 50원 정도 올랐다"며 "휘발유에 포함된 세금을 감안하더라도 국제유가 상승분 만큼도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원유가가 오르면 휘발유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휘발유 가격중 세금이 70%를 차지하고 있어 정유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요인도 많다. 그러나 원유가 상승에 휘발유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정유사들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정유시장은 여전히 과점체제다. SK㈜ LG정유 현대정유 에쓰오일 등 4사가 95%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 회사가 가격을 내리거나 올리면 다른 회사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시장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시장에서 생산성이 우수하고 가격경쟁력이 우월한 기업의 출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노력하지 않아도 적정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은 97년 석유제품가격자유화 이전에는 적정 이윤을 보장받았고 이후에는 시장쟁탈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며 "이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휘발유 가격을 올릴 때마다 '유가가 오른데 따른 불가피한 결단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말 '불가피한 결단'인지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물어봤으면 한다. 김태완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