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1:59
수정2006.04.02 12:01
한때 '또경영'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다작 출연'을 불사하던 영화배우 이경영이 한동안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다가 직접메가폰을 쥐고 만든 「몽중인(夢中人)」을 내놓았다.
연출작으로는 96년 「귀천도」에 이어 두번째로 시나리오에 주연까지 도맡았다.개봉 예정일은 4월 5일.
코믹, 멜로, 액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아온 이경영이 이번에는 최루성 가족 드라마를 택해 눈물 연기에 도전했다.
시나리오 작가 이윤호(이경영)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송재호)와 12살짜리 딸유메(정인선)와 함께 충주에 살고 있다. 아버지에게 가야금을 전수받으러 일본에서건너온 하나코(김지연)는 윤호와 사랑을 나눈 뒤 유메를 남기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하나코의 친구 소라(하희라)는 윤호를 향한 연모의 정을 떨치지 못하고 음반점을 운영하며 윤호 가족 곁을 떠나지 않는다.
유메는 모든 주변 사람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해주는 `행복 전령사'로 활약하지만 윤호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피가 멈추지 않는 불치병을 안고 있어이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유메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이웃집 아저씨들로 구성된록그룹 에일리언-X와 함께 중원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단소 연습에 몰두한다.축제가 가까워질수록 증세는 악화되고 유메는 아버지에게 소라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부탁한다.
주인공 이름의 유메는 꿈이란 뜻의 일본어. 장자가 나비꿈을 꾸듯 삶과 죽음을꿈과 생시로 풀어내며 윤회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는 40년 남짓한 이경영의 정신적 배경과 자산이 녹아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충주를 화폭 삼아 수채화 같은 화면을 꾸며냈으며 김민종ㆍ윤다훈ㆍ김보성ㆍ권해효 등 형제애를 맺고 있는 연기자들과 전인권ㆍ박학기ㆍ여행스케치 등 친분이두터운 가수들이 의리와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최루작전에 관객들이 빠져들려면 직업연기자 못지않은 감정조절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나치게 단순한 줄거리와 뻔한 결말, 미숙함이 눈에띄는 일부 조연, 카메오 출연만을 위한 억지 상황 등 방해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유메 역의 정인선이 우리말과 일본어, 그리고 수화까지 소화해내며 분투한 것은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연기경험도 부족해보이는 초등학교 4학년생이 전편을 이끌어가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더욱이 그 역할이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원망 한마디 털어놓지 않는 현실성 없는 `천사표'란 것도 부담을 더한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