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불씨 끄려다 불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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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호(號)'가 각종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부영 부총재 등 비주류 인사들이 이 총재의 당쇄신책에 불만을 표출하며 잇따라 당직을 사퇴했고,김덕룡 홍사덕 의원은 동반 탈당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총재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민주당 노무현 고문에게 선두를 내주자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주류측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기조여서,당의 내분은 '시계 제로' 형국이다.
◇잇단 당직사퇴=이부영 부총재와 김영춘 의원은 20일 이 총재의 수습책이 당내 민주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출하며 당직을 내던졌다.
이 부총재는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은 별다른 노력없이 집권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에 빠져있다"고 꼬집은 뒤 "지금은 이같은 관념과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나아가야 집권이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덕룡계로 분류되는 김영춘 의원도 대외협력위원장직을 내놓았다.
◇당 동요 확산=김덕룡 홍사덕 의원은 이날 이 총재의 수습안에 대해 "시대적 대의에 역행하는 미봉적 조처"라고 비난하며 중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태산 등을 등반한 뒤 오는 23일께 귀국해 거취문제를 밝힌다는 방침이나 "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관측이다.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도 '이회창 대세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경북출신의 한 의원은 "TK지역에서 박근혜라는 대안이 나오면서 현역 의원들은 물론 기초단체장들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고,부산출신 중진의원은 "부산출신인 노무현 고문이 뜨고 있기 때문에 이 총재가 '반 DJ'정서로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주류측 강경기조=이회창 총재는 이날 당 쇄신책과 관련,"최후의 결단은 혼자서 했다.결정이 된 만큼 확신을 갖고 밀고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결과는 역사와 운명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