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규제로 대표되는 기존의 총량중심 재벌규제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효과가 없었으며 기업별로 차별적이고 구조적인 기업결합규제로 재벌의 독점구조를 실질적으로 약화시켜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성소미 기업정책팀장은 '공정거래정책 20년:운용성과와 향후과제'라는 연구보고서에서 그간의 재벌규제정책에 대해 평가하며 이같이밝혔다. 성 팀장은 출자총액규제가 도입된 지난 87∼97년 규제대상 30대 재벌계열사는 509개에서 819개로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총수의 지배권과 선단식 경영체제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규제가 폐지됐던 지난 98∼99년 30대 재벌의 내부지분율과 출자총액규모는 늘어났지만 계열사는 804개에서 686개로 줄었으며 영위업종수도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비해 출자총액규제 등 총량규제를 실시하는 동안 기업결합규제는 정책적고려를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재벌들은 얼마든지 기업결합규제를 피하면서 계열지배구조를 형성, 강화해 왔다. 실제 성 팀장이 공정위로부터 용역을 받아 별도로 제출한 '기업결합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규정은 지나치게 예외가 많아 지난 81∼2000년에발생한 기업결합 5천506건중 결합을 금지한 경우는 단 4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 팀장은 재벌(기업집단)의 계열사 취득,편입은 엄연히 기업결합에 해당되는 만큼 효율성을 기준으로 기업집단의 수직,수평,복합결합에 대한 심사강화를통해 억제, 독점력이나 복합력의 강화와 남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 결합규제에서 나아가 이미 형성된 독점의 사후시정수단이 필요하다며장기간 독점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기업분할제와 기업집단의 행위원천인 기업 계열분리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팀장은 "일률적 규제는 직접 시장구조를 바꾸거나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기업의 구조와 행태를 바꾸기 어렵다" 며 "결합심사 중심으로의 전환은 재벌문제에 대한 정책적 개입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방식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기업의 복합적 확장을 심사하고 개선할 경쟁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지적도 있으나 이는 한국 재벌의 광범위한 계열구조와 이의 확장.강화가 독점력남용의 여지와 개연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간과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