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꿈도 때가 있다..백수경 <인제대 교수.메디칼데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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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경 < 인제대교수.메디칼데포 대표 skpaik@ijnc.inje.ac.kr >
흔히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해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대학원에 가고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박사학위를 받으면 정말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모들이다.
그러나 공부의 '때'라는 것이 과연 이것일까.
나는 석사학위를 받은 지 17년 만에 전공을 바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보면 무지 '헤맨'경험인 17년간의 주부와 직장생활 경력이 정말 하고 싶고 꼭 해야 할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때 튼튼한 바탕이 돼 주었다.
40대 중반에 젊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의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깨닫고,그 공부를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때가 바로 그것이라는 점이다.
대학에 들어갔던 1970년대 중반에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인문계로 진학했다.
지금 전공하고 있는 '병원경영학'이란 학문은 그때는 있지도 않았고 여성으로 경영학을 전공하는 이도 극히 드물던 시절이다.
스무 살 때 자신이 일생을 걸 만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란 무척 힘들다.
게다가 10년 내에 몇 만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저 부모와 선생님들의 권유에 따라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후회하고 방황한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보건대학원의 학생들은 모두 직장경력이 10년 이상 되는 늦깎이 학생들이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어려운 환경 가운데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해 나가는 이들에게 항상 꿈을 가지고 준비할 것을 권한다.
준비없이 보내는 시간은 허송세월에 불과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계획대로 실천해 나가면 이 기간은 도전을 위한 '잠룡(潛龍)'의 시기가 될 수 있다.
내 방에는 작고 파란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거기에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림과 함께 'VISION:Nothing happens unless first a dream(우선 꿈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이라는 한 줄의 글이 있다.
지금 나이가 서른 살이어도 좋고 쉰이 넘었어도 괜찮다.
70대라도 결코 늦지 않았다.
꿈도 때가 있다.
바로 내가 꿈을 키우기 시작할 때가 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