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바꿔야 '경제'가 산다] (9) '비효율적 재정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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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시 A고교.
'ㄷ'자형 건물 맞은편엔 건축자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건설장비 작동 소리로 학교 분위기가 영 어수선하다.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맞추기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여건 개선사업' 밀어붙이기로 전국의 많은 학교들이 공사판으로 돌변했다.
지방교육청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의욕만 앞세우다 빚어진 대표적인 교육 투자 실패"라며 "주먹구구식 행정 때문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 교원 봉급은 세계 최고 수준, 자기계발 경쟁은 전무 =LG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98년 기준 한국의 교육비(공교육비+사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0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23개국중 덴마크(7.17%)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교육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한국은 19위로 최하위권에 밀려 있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비효율적인 교육 투자의 대표적 원인은 경쟁 원리가 도입되지 않은 현행 교원 보수체계"라고 지적했다.
올해 16개 시.도 교육청이 중앙정부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등을 통해 확보한 교육재정 예산규모는 약 24조8천억원.
이중 67%인 16조6천억원이 교원 봉급으로 배정됐지만 그것으로 끝.
일반 직장에선 일상화된 '성과급'이나 '인센티브'가 교육계에선 남의 이야기다.
이 교수는 "일단 교사가 되면 능력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고 국가 공무원으로 신분까지 보장되는데 누가 보다 나은 자질을 갖추려 노력하고 학생들을 더욱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겠느냐"며 "우리 교원 봉급 수준은 OECD 회원국중 최고 수준이지만 교육 소비자인 학생 학부모에 대한 책무성은 바닥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 만연한 '나눠먹기식 평등주의'도 투자 효율성을 떨어뜨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사의 70%에 한해 교원 성과급을 차등 지급키로 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단체들은 "교단분열만 초래할 뿐"이라며 성과급 반납 투쟁을 벌였다.
결국 교육부는 성과급 차등지급률 격차를 대폭 완화해 모든 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올해부터는 아예 성과급을 수당화하는 '사실상 성과급 백지화(?)'를 개선안이랍시고 내놓을 방침이다.
◇ 체계적인 투자관리 실종 =대학에 대해 정부 각 부처가 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하지만 정작 개별 대학이 각 부처에서 어떤 명목으로 얼마나 받는지를 파악하는 총괄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교육투자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교육부 과기부 산자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기술개발이나 연구센터 지원 등의 명목으로 대학을 지원한다"며 "하지만 부처간 사업영역이 정립돼 있지 않고 업무조정 체제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대표적인 교육 투자 사례인 '두뇌한국(BK) 21' 사업도 세계수준의 고급 인력을 키운다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보다 대학간 '지원금 나눠먹기'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매년 2천억원씩 투입되는 BK 사업비가 부당하게 집행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감사 결과 J대의 경우 BK보조금 4억2천7백만원을 BK사업 비(非)참여학과의 기자재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대학은 석.박사과정 및 박사후 과정자에게 지급하는 BK 보조금을 지원 대상자도 아닌 조기 취업자나 휴학생 자퇴생 등 1백13명에게 총 2억4천6백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 학교에 맡겨라 =이영 연구위원은 "초.중등교육의 경우 개별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성과를 평가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교육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시장 논리에 보다 충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