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우신병원(서울 관악구) 김환수 원장은 전문의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전체 6명의 전문의 가운데 3명이 최근 잇따라 사표를 던졌기 때문. 이달 들어서야 겨우 빈 자리를 다 메우긴 했지만 이들도 얼마나 있어줄지 걱정이다. 김 원장은 "의약분업 이후 개원하는 의사들이 늘면서 중소병원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봉급을 40∼50% 가량 올려줘도 있으려고 하는 의사들이 없다"고 푸념했다. 관악구 신림동 양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10명의 전문의 가운데 3명이 독립하기 위해 병원을 떠났다. 그 여파로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수도 30% 가량 줄어들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임종규 서기관은 "국내 의료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병원이 무너지면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에는 환자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면서도 "당장 해결은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얼마나 떠났나 =전국중소병원협의회가 최근 전국 1백44개 병원(4백 병상 이하)을 대상으로 '진료과목별 의사수 변동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들 병원 의사들의 평균 퇴직률은 34.0%에 달했다. 대부분의 중소병원은 그 공백을 아직도 메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경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은 단 한 명도 충원하지 못했고 신경외과 신경정신과 내과 소아과 등의 미충원률도 90%를 넘었다. 국영 지방공사의료원의 경우 민간병원에 비해 의사들을 묶어 둘 유인책이 부족해 고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공기업과 우성근 사무관은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의 이직률이 50%에 달한다"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인사이트리서치의 최근 자료를 보면 중소병원을 벗어난 의사들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개원을 선택하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최근 개원한 강모씨(40)는 "의약분업 이후 조정된 수가가 중소병원보다 개인의원에 유리한게 사실"이라며 "지금 개원하지 않으면 나중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아 변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 중소병원의 이중고 =의사 몸값도 크게 상승,중소병원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양지병원 김철수 원장은 "의약분업 이전 5백만∼6백만원선이던 소아과 담당의사들의 월급이 최근에는 1천3백만원 수준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의료수가 인상이 개인의원의 주 수입원인 진찰료와 처방료에 집중되는 바람에 의원 수입은 늘어난 반면 입원료와 검사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병원의 1일 외래 총진료비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8.7% 감소했다"며 "모셔오기 경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1백 병상 미만 병원의 도산율이 15%까지 치솟았다"고 덧붙였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