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이번 주에도 박스권 움직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달러/엔 환율은 큰 폭 움직임을 기대할 수 없고 주식시장도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외환 시장 수급상으로도 눈여겨볼만한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권 딜러 15명에게 물은 결과 달러/원 환율은 대략 1,310∼1,320원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설 연휴 전후 두주간 환율 변동폭인 1,310.30∼1,322원을 깨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딜러 두명만 1,310원선을 깨고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네명이 1,320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1,310원선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를 깰 만한 동기가 부족하다. 저점과 고점이 가까워질때마다 지지/저항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거나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 아래에서는 정유사 결제 수요가 버티고 있으며 위에서는 업체 네고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이 여전히 기업 부실 회계 문제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조정을 겪고 있어 외국인 주식 순매수도 확신할 수 없다. 박스권 거래가 계속된다면 지난 주부터 위축되기 시작한 은행간 거래가 살아날 공산은 크지 않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건조한 흐름 때문에 딜러들이 의욕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일본의 금융부분 개혁이 가시화될지 미지수지만 엔화 가치가 크게 변동할 것 같지는 않다. 딜러들은 달러/엔 환율이 이번 주에도 132∼135엔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달러/엔 환율이 132엔선에 가까이 가면 지지를 예상하고 우리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매도세가 나온다"며 "국내 시장 관계자들도 달러/엔의 박스권 움직임을 가정하고 매매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추이를 볼 때 3월이 가까워 오면 일본 금융회사의 역송금으로 달러/엔 환율이 하락한다. 그러나 올해는 어느때보다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된 상태이기 때문에 환율이 전례를 따를 것 같지는 않다. 정부의 금융 개혁 관련 발언도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어 레인지가 고착화할 공산은 더욱 크다. 지난 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디플레이션 방지대책을 세우고 은행의 부실 채권을 파헤치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환율 하락을 막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다음 주 주택 착공, 소비자물가, 무역수지, 경기 선행지수 등이 발표되나 환율에는 별다른 변수가 될 것 같지 않다. 지난 주말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을 깨고 하락했지만 달러화는 유로화나 엔화에 대해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