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주식 시가총액이 지난달말 사상 처음으로 1백조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한국주식 매수열기가 지속된데다 보유주식의 주가가 오르면서 외국인 주식투자 1백조원 시대를 열게 됐다. 지분율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2000년말 30.0%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달말엔 36.2%로 높아졌고 이달 15일엔 39.2%까지 올라갔다. 이같은 외국인의 자금유입이 증시 등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이후 상장주식을 3조8천억원어치나 순매수하면서 침체에 빠져있던 증시가 활력을 되찾게 됐다. 또 구조조정과 투명성 확보에 애쓰는 한국기업의 노력을 평가하면서 주가 저평가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했고,대외적인 신인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그들에 의해 시세가 좌지우지되는 등 지분과점 현상이 드러내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주요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은 삼성전자 59.4%,국민은행 71.8%,포항제철 62.5%,현대자동차 53.7% 등으로 이른바 블루칩의 시세는 외국인의 손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이다. 이같은 외국인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증시의 완전개방을 포함한 세계화 시대의 필연적인 산물인 것이 사실이다. 또 인위적인 규제를 가할 수도 없는 등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급격히 위축돼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간접투자시장을 활성화시켜 특정한 세력에 의해 개별종목의 주가와 증시가 춤을 추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노력이 긴요하다 하겠다. 외국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업의 수익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언제든 자금을 빼갈 소지가 있고,환율과 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를 흔들어 경제운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핫머니의 유출입 동향에 대해선 당국이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위험에 대한 대처기능도 높여야 마땅하다. 기업입장에서도 외국인의 주주권 발동이나 경영권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 등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경영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소송을 당하거나 주식매도로 주가 폭락사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외국인 주식투자 1백조원 시대가 관련당국과 상장기업에 던져주는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들의 주식매수는 약이 됐지만,주식매도는 독이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