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속 냉각된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나섰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7일 로이터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등한 입장을 보장하고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양국의 대화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북.미간 대화나 적대관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북한 외무성의 반응을 되풀이하면서도 "우리는 항상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도 이날 "김대중 대통령이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북한이 우리와 대화를 통해 대량살상 무기등의 위협을 줄일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북한과 미국의 실무급 대표가 지난 6일 뉴욕에서 접촉을 갖고 관계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보스워스 등 전직 주한 미 대사 4명이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오는 23일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북.미대화 재개의 청신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들은 북한당국의 공식 초청으로 방북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화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8일 "미국의 대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지난달 31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이후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