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02
수정2006.04.02 09:05
김대중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개각은 임기말 내각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탈(脫)정치형 진용을 갖추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을 비롯 민주당 의원직을 가진 장관 4명을 전면 교체, 탈정치형 진용을 갖추고 비호남 출신들을 대거 기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며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뜻을 이번 개각을 통해 거듭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한동 국무총리와 진념 경제부총리,신건 국정원장 등 정부의 주요 포스트가 유임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통일외교안보팀과 사회문화팀, 인적자원개발팀 등 4대팀의 개편도 최소화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과거 정부가 임기중에 많은 업적을 남기고도 임기 후반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그 업적이 퇴색되었다"면서 "이번 인사는 임기말 국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전 수석을 복귀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가 안정돼야 정부 부처와의 효율적인 정책협조가 가능하다는 김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일시적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임기말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
특히 총리의 경우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상황에서 임명동의 절차를 받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 유임을 결정하는데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이번 개각은 국민들의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비판이 강하다.
개각이 단행된 9개부처(장관급 포함)중 정치 장관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교체는 교육부총리와 통일 법무 등 3개부처에 불과한 셈이란 지적이다.
개각발표 직후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한동 총리를 교체하지 않은 개각은 국민 눈속임용에 불과하고, 박지원씨의 정책특보 기용은 과연 대통령이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케 할 지경"이라며 "''경제살리기''가 아니라 ''정권살리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도 "대통령은 임시변통적인 개각으로는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