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초부터 대한(對韓) 통상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통상 압력이 과거 업종별 무역 불균형과 정부 정책 등 거시적인 영역에서 세부 품목별 제도운용과 관행개선 등 구체적인 영역으로 점차 옮아가고 있어 대비책이 시급하다. 외교통상부는 23일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자동차 철강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지식재산권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한.미 정상회담을 한달 앞두고 양국의 통상문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 현안인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자제를 미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 자동차 =미국은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수입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8%에서 2.5%로 내리고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또 배기량별 차등세율을 단일화하고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과 미니밴 안전검사 기준 완화도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관세율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협상에서 다뤄져야 하며 올해 고속도로 순찰차 50대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환경 기준은 유럽연합(EU)과 비슷한 수준이며 안전검사는 국내차와 동일하게 적용중이라고 설명했다. ◇ 철강 =미국은 3월 4일 산업피해 구제조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수입제한 수위가 관건. 미국은 또 산업은행이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금을 출자전환한 것이 WTO의 금지보조금 지급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미국의 구제조치가 자유무역 기조에 역행하는데다 WTO 규정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는 만큼 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보철강 문제도 전적으로 채권단이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GMO 표시제도 =미국은 현재 콩 옥수수 콩나물에 적용중인 표시제도를 의무 규정에서 임의 규정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오는 3월부터 실시 예정인 감자에 대한 GMO표시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안전 검사를 통과한 경우 표시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EU 일본 등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중이며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의약품 =미국은 신약 등에 대한 지재권 보호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으로 치료제에 대한 환자 부담이 늘어나 미국 의약품의 시장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특허법상 지재권 침해가 명백할 때 신약 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재권 =미국은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에 규정된 지재권 보호기간이 저작권자 사후 50년간인 만큼 한국의 저작권법이 제정된 지난 57년 이전 사망자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정보통신부 상설점검팀이 나서 지속적으로 단속중이라는게 정부의 설명.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