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태를 계기로 미국기업의 분식회계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계법인들이 대기업과 유착해 분식회계를 눈감아주는 행태가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분식혐의가 짙어 조사한 기업회계가 1백12건이라고 밝혔다. 1998년(79건)에 비해 41% 증가한 것이다. 아더 앤더슨 등 미국 5대 회계법인(빅5)이 부실감사 때문에 지출하고 있는 손해배상액은 매년 감사수수료 수입의 10% 가량인 5억달러로 추정된다. 회계법인들은 부실감사의 이유로 낡은 회계규정을 들지만 고객사와의 유착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아더 앤더슨이 부실감사를 한 웨이스트매니지먼트의 회계담당자 중엔 앤더슨 출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법인들의 주 수입이 고객사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도 분식회계를 눈감아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풍토도 무관치 않다. 실적이 좋아야 최고경영자의 몸 값이 뛰어오르기 때문에 분식회계의 유혹이 강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회계법인들은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