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 기종선정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군수대국들의 ''40억달러 코리아 수주전''이 막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오는 2008년까지 최신예 전투기 40대를 공군에 공급하게 될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전투기 메이커는 미국 보잉(기종 F-15K), 프랑스 다소(라팔), 유럽 컨소시엄인 유로파이터(타이푼), 러시아(SU-35) 등 4개 업체다. 빠르면 3월중 기종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방부는 14일부터 이들 업체로부터 최종 입찰가격을 받기로 해 세계 군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입찰참여 기업들이 속한 국가들의 외교적인 지원사격까지 가세하여 수주전은 점입가경이다. ◇ 막바지 기종 경쟁 =그동안 4개 기종이 경쟁해 왔지만 ''미국 보잉과 프랑스 다소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프랑스 라팔은 지난해말 예상사업 규모의 1백% 수준인 40억달러 의 절충교역안을 전격적으로 수정 제시해 왔다. 절충교역이란 무기를 구입한 데 대한 반대급부로 기술이전을 해주거나 하청물량을 발주하는 것. 다소의 이브 로빈스 국제협력담당 부사장은 "우리가 제시한 기술이전 등 절충교역 규모는 총 40억달러로 전투기부문에서는 사상 최대"라며 "이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절충교역 비율 70%(28억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28억달러 상당의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제안해 놓고 있다. 보잉사의 한국담당 송지섭 이사는 "이 프로그램에는 기체와 항공전자 무기시스템 설계, 테스트 및 평가, 운용과 지원 등 29건의 기술이전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서 "당장의 금액보다는 실질적인 ''질''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국가 차원의 외교적인 로비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미국은 공식의제에도 없던 F-X 문제를 거론, 한국측을 당혹케 했다. 당시 더글러스 페이스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F-15K가 (한.미연합전력의) 상호 운용성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한 항공기"라면서 보잉사를 드러내 놓고 지원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어쇼에 알랭 리샤르 국방장관을 직접 보내 라팔을 측면 지원했다. 당시 리샤르 장관은 김동신 국방장관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양측은 비방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다소측은 "한국이 단종 위기에 놓인 F-15 계열 생산라인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마지막 국가가 될 것"이라며 F-15K가 20년이상 된 한물 간 기종임을 상기시켰다. 보잉도 뒤질세라 "실전경험이 전혀 없는 경쟁기종(프랑스 다소를 지칭)과 달리 F-15전투기는 걸프전 등에 참가해 성능을 입증했다"고 반박했다. ◇ 어떻게 결정되나 =이처럼 수주전이 불꽃을 튀기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는 최근 1단계에서 경쟁 기종간 우열이 가려지지 않을 경우 2단계에서 ''정책적 고려''에 의해 결정키로 하는 ''2단계 평가방안''을 공개해 수주참가자들은 손익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방안에 따르면 우선 1단계에서 수명주기 비용(35.33%), 임무수행 능력(34.55%),군 운용 적합성(18.13%),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11.99%) 등 4개 항목과 그 가중치를 정해 평가한다. 이때 1,2위 기종간의 평가수치가 오차범위 3%내로 결론나지 않으면 2단계 평가에 들어가 국가안보와 대외관계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엔 "보잉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단계 평가방안''을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1단계에서 기종 결정이 어렵고 결국 2단계로 넘어갈 공산이 큰데 이 경우 F-15K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다소측 관계자는 "1단계 평가요소의 가중치부터 문제점이 많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2015년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한국이 기술이전과 절충교역 프로그램에 대한 비중을 12% 미만으로 낮게 부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최소한 50%는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최동진 획득실장은 이에 대해 "군과 민간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2단계 평가방법을 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며 "이를 통해 가격인하를 최대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