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경제 '중국病' '중국藥'..金榮奉 <중앙대 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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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끝에는 곤(鯤)이라는 대어(大魚)가 있다.
그 크기는 몇천리가 되는 지 알 수 없다.
곤이 변해 붕(鵬)이 되니 그 등(背)만 해도 몇천리에 이르고,붕새가 힘껏 하늘로 날아오름에 날개는 하늘을 뒤덮는 구름의 형상이 된다.
대붕이 남해로 날아갈 때 날개로 바닷물을 치기를 삼천리,회오리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비상하기를 구만리,이렇게 여섯달 동안을 난 다음 비로소 날개를 쉰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붕의 전설이다.
중국인의 ''과장(誇張)벽''을 누가 말리겠냐마는 헤아림을 불허하는 중국의 잠재력이 엿보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지구촌의 21세기는 IT기술혁명과 국제화의 조류 속에 영구한 번영과 평화가 뿌리내릴 듯 장밋빛 기대 속에 출발했다.
그러나 그 첫해를 테러리스트의 월드트레이드센터 공격에 뿌리가 흔들리고 세계적 불황의 소용돌이 속에 한치 앞을 못 보는 형상으로 마감했다.
그 와중에 중국 하나만은 8%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세를 과시하며 WTO에 가입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정식멤버가 돼 2002년 첫해를 맞이하니 중국은 이제 본격적 비상을 위한 발판대를 마련했다고 하겠다.
향후 닥칠 중국의 충격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존재한다.
중국의 통계자료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작년의 경제성장률도 절반 수준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고,부패와 허구 투성이에 불과한 ''중국은 가짜''라는 책도 나왔다.
누적되는 빈부 및 지역간 격차와 정치적 권리갈구가 궁극적으로 체제불안과 경제정체의 불씨가 되리라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실상 중국이 끝없이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다.
소득증대는 저임금에 근거한 중국의 경쟁우위를 점차 소멸시킬 것이고,중국산업의 덩치가 날로 커짐에 비례해서 세계시장은 좁아질 도리밖에 없다.
국내 자원도 언젠가 성장을 한계시키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먼저 개발된 연안 산업도시는 거의가 수자원의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예컨대,수천만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베이징지역은 원래 북방유목민족이 정한 도읍이라 1년 강수량이 6백여㎜에 불과해 매년 지하수를 고갈시키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취리(取利)적이고 상재(商才)가 충만한 중국인의 본성에 꼭 들어맞는 제도이다.
수동적 인간,일사불란한 명령계통과 관료조직,정확한 통계자료가 필수적인 소련식 계획경제는 중국에 당초부터 맞지 않았다.
그래도 대약진(大躍進)이니 문화혁명(文化革命)이니 하는 그들 식의 공산주의 모델을 시험하며 30여년을 소진한 끝에 중국은 시장주의 개혁을 선택했다.
그 다음 불과 20년 간 중국이 성취한 경제적 성공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필자는 13억 인구의 중국이 언젠가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될 것이며,적어도 그때까지는 중국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중국은 현재 역사이래 가장 큰 탈바꿈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보다 중국에 지리 경제 역사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는 없다.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상기하면 21세기초는 우리에게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시련과 기회의 시대가 된다.
생산능력이 무한히 증가하는 중국이 수출·내수시장에서 한국의 기업을 몰아내고 국내의 생산기지를 공동화시킬 기세로 달려오는 것은 시련이다.
조그만 성공에 도취돼 백성들은 밥그릇싸움에만 열중하고,정부는 재정을 풀어 복지제도나 확대하고 노는 날을 늘려가며 이 중대한 시기를 태평성대 보내듯 한다면 이 시련은 곧 나락(奈落)이 될 것이다.
반면,생산 유통 금융 건설 서비스 등 무한히 커지는 중국 시장은 우리 경제가 한없이 뻗쳐나갈 토양과 기회가 된다.
철저한 구조개혁과 법질서 확립으로 체력을 기르고,노사 모두가 생산과 개발에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는다면 이 기회는 우리의 것이 되지 않는다.
"인생은 짧고,예술은 길며,기회는 순간적이고,판단은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2002 월드컵의 해에 수십만의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이다.
오는 손님에게 우리는 한자(漢字)간판을 달고 성심으로 접대해 중국의 성장에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