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두알레와 월街의 街.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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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98년 초 이맘 때쯤.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록펠러센터 65층 레인보 식당.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주(州)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온 주지사와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시티그룹의 핵심간부들이 나왔다.
폴 볼커 전 의장이 주지사에게 월가의 실력자들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식사를 마친 주지사는 떠나면서 "다음에 만날 때는 내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돼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주지사가 바로 에두아르도 두알데.최근 정치·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난 주에 다섯번째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두알데가 대통령이 되자 월가 투자은행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천4백억달러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의 국가채무조정협상이란 ''큰 떡''이 왔다갔다 하는 탓이다.
''점심 식사''의 주인공이었던 시티그룹은 표정관리에 나설 정도다.
두알데 주지사 시절 64억달러의 주정부 채권을 인수하기도 했던 이 회사는 스탠포드 와일 CEO가 직접 나서 "아르헨티나 정부와 협상중에 있다"며 다른 회사들의 기선을 제압하고 나섰다.
반면 경쟁사인 메릴린치는 씁쓸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전 대통령 때 제이콥 프렉켈 국제부문사장이 당시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과의 친분관계를 토대로 맺었던 자문계약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은행이든 아르헨티나 정부와 자문계약만 맺으면 1억달러가 넘는 수수료가 보장된다.
JP모건은 지난 94년 멕시코정부가 화폐를 평가절하할 때 자문역할을 하면서 단번에 5천만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챙겼다.
투자은행들이 자문계약을 따내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97년 외환위기를 맞았던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국인들은 ''단군이래 가장 큰 고통''을 겪었지만,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엄청난 돈을 벌고,한국정부가 주는 훈장까지 받았다.
남의 나라 경제위기를 즐기는 심보가 얄밉기는 하지만,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아르헨티나가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