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갖고 온 ''보따리''를 풀었다. 하이닉스구조조정특별위원회 측이 예상했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게 특위 관계자들의 평가다. 따라서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은 이번 주말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턴 사장은 귀국전 하이닉스특위측과 기본골격에 대한 의견을 모은뒤 구체적인 양해각서(MOU) 체결을 재정자문기관에 맡길 전망이다. 제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뜯어봐도 크게 이견을 보일 부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매각대상 범위와 관련, 마이크론은 D램 뿐만 아니라 메모리전체의 인수를 제안했다. 메모리에는 D램 이외에 통신용 및 휴대용 전자제품에 주로 들어가는 S램과 플래시메모리가 포함된다. S램과 플래시메모리의 비중이 높지 않아 큰 쟁점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과 하이닉스로서는 회사 전체에 마이크론이 투자하는 방안이 최선이지만 마이크론은 D램 전문업체이기 때문에 D램에만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이닉스는 어차피 비메모리 위주의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S램과 플래시메모리까지 마이크론에 넘기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완전히 비메모리 회사로 남게 되는 하이닉스에 마이크론이 25%의 지분투자를 제안한 것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잔존회사 하이닉스의 독자성을 어느정도 인정한다는 당초 전제가 확실하다면 큰 논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마이크론의 영향력 강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변수다. 특위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매각대금과 관련, 마이크론은 공장별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별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 영업권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부터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협상을 결렬시킬 정도는 아니라는게 특위측의 반응이다. 특위관계자들은 10억~20억달러 정도의 가격차는 협상과정에서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 D램 가격상승으로 마이크론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따라 양해각서 체결후 최종 매각대금이 확정되기까지의 기간에 D램 가격의 변동을 반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