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사 파이어니어] (1) 최창대 <한보 부산제강소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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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사문화운동이 노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면서 과거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노사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밑바탕에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지향하는 노조 대표의 확고한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신노사문화 모범실천 사업장의 노조위원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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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부산남고 졸업
1984∼1996년 11월 한보철강공업 부산제강소 근무
1995년 10월∼현재 노조위원장
1996년 1월∼현재 전국금속연맹 부산광역시 지역본부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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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감천항 입구에 있는 한보 부산제강소.
주조공장 직원들은 1천6백도의 열기를 발산하는 전기로에서 철근을 만들어내느라 땀을 훔치기에 바쁘다.
벽면에는 ''제2의 창업의 해'' ''뜻 모아 화합의 장, 힘 모아 전진의 장''이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난 97년 1월 부도가 났던 회사라고 보기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하는 분위기가 확립돼 있다.
이처럼 부산제강소가 활기를 되찾게 된 것은 8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맡아온 최창대씨(47)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M&A팀 하왕식 과장은 "부도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회사가 최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으로 살아났다"며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켜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계열사인 한보철강이 부도가 나자 탄탄한 기업이었던 부산제강소도 휘청거렸다.
은행과 대리점, 원자재 납품업체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회사측이 물량을 제공할 능력까지 상실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최 위원장은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조합원들에게 "가족과 동료들의 생존이 달린 일터를 그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비록 법정관리상태지만 노사가 똘똘 뭉쳐 반드시 회사를 회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회사살리기 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실패하면 뼈를 공장에 묻겠다는 각오로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우선 97년 2월 공장 가동중단은 안된다고 선언한 뒤 대의원과 운영위원 계장 등 60명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특히 직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투명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 경영에 적극 참여했다.
매일 자금과 원부자재 흐름 등 회사경영실태를 공개하고 노조사무실에 관련자료를 비치했다.
최 위원장이 역점적으로 펼친 또 다른 활동은 비용줄이기였다.
원가절감을 위해 상여금 2백%와 월차수당 등 30억여원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직원들과 함께 주거래은행과 대리점 협력업체를 돌며 지원을 호소했다.
조합원들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하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자는 차원에서 지난해초 부도 후 5년 동안 임금동결, 항구적 무파업 무쟁의 선언을 결의했다.
이로 인한 경영성과는 눈부셨다.
경상이익은 2000년 62억원에서 지난해 1백46억원으로 급증했다.
최 위원장의 살신성인에 힘입어 회사는 인수제안서를 낸 평화제철로부터 최종 매각을 위한 실사를 받게 됐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