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라틴어로 '기억하라'라는 뜻)라는 영화가 있다. 전직 보험수사관이었던 주인공 레너드는 자신의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가 됐다. 그는 범인을 찾는 방법으로 메모를 사용한다. 만나는 사람과 정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메모해 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기억은 여러 사람에 의해 변조되며 심지어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변조하면서 엉뚱한 살인을 반복한다. 레너드가 자신의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녹음기나 노트북컴퓨터를 이용했다면 어땠을까. 상황은 조금 나아졌겠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방대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기업에서도 비슷하다. 기업도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 받고 분석하며 적절한 경영판단을 내리는 생명체다. 기업도 경영 정보의 저장과 분석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레너드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PDA를 활용해 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토론하게 하면 상황은 1백80도 바뀌었을 것이다. 첫째 이유는 정보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번 인터넷으로 전파된 정보는 누구도 조작할 수 없다. 두번째, 입력된 정보는 커뮤니티를 통해 분석.가공되고 검색사이트를 통해 정리돼 진화한다. 인터넷은 컴퓨터라는 작은 두뇌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거대한 두뇌다. 이를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과의 경쟁력 차이는 명약관화하다. 인터넷을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홈페이지나 전자상거래사이트 개설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인터넷의 무한한 잠재력을 감안하면 아직 국부적이다. 모든 기업이 정해진 표준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자는 가장 진보된 방식이 CALS(Commerce At Light Speed)라는 정보체계다. 이를 따르면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을 네트워크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작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는 기업을 열린 경영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사업모델이다. B2B는 전자구매 모델인 e프로큐어먼트, 전자판매인 e세일, 전자장터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e마켓플레이스 모델로 나눠볼 수 있다. 이중 e마켓플레이스는 중립적인 가상의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공정한 룰에 의해 거래하는 것으로 앞으로 기업간 거래의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바야흐로 기업경영환경이 인터넷 등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인터넷의 잠재적 가치를 바르게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열린 경영으로 진입하는 기업은 그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빠른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