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만은 제대로 챙기자 .. 李昌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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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昌洋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경제정책 >
새 천년의 첫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소위 디지털경제의 첫 판인 IT(정보통신)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었고,이 부문의 과잉설비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족히 1년은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만만찮다.
특히 미국경제를 그나마 버텨주던 소비는 실은 예상외로 따뜻한 날씨와 안정된 원유가격에 따른 난방비 부담 감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날씨는 언제든지 추워질 수 있고,원유가격은 언제든지 오를 수 있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부도난 아르헨티나가 세계경제 회복에 새로운 암초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소중한 돈을 탕진하면서 엄청난 국부를 낭비한 가운데, 질 낮은 3류기업인들과 정치권 및 힘있는 국가기관들의 일부 사람들이 뒤엉켜 소위 '누구누구 게이트'를 뻥뻥 터뜨리면서 경제질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엄청난 술 소비량으로 '술 먹는 사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부정부패가 일상화되고 있어 조만간 '돈 먹는 사회'라는 오명도 안게 될 판이다.
자민련과 헤어진 말년의 정권도 힘있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기본과 기반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경제발전의 기본인 경제정의가 경제발전 최대의 적인 부정부패에 의해 완전히 눌리고 있다.
경제 부정부패가 심해지면 경제주체 간 경쟁이 품질이나 가격이 아닌 로비와 뇌물,그리고 청탁에 의해서 결판나게 되고, 자연히 기술혁신과 원가절감 노력은 미련한 짓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부정부패의 크기만큼 부실공사 또는 저질 납품이 되는 것은 물론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의 생존기반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업의 돈이 기술개발 등이 아닌 '정치보험'으로 들어가게 되면 우리경제는 더욱 속이 비게 된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의 정치일정으로 경제가 뒷전으로 밀려날 우려가 다분하다는 점 또한 걱정이다.
벌써부터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경제구호와 빗나간 경제논리가 나돌고 있다.
우선 유난히 내수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 감소와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내수에 대한 강조로 비껴 가려 해서는 곤란하다.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 없이는 막대한 에너지 수입 비용과 미래를 위한 기술투자 등 성장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
내수 중심의 경제운용은 축소지향적이며 지속가능성이 없음을 숨겨서는 안된다.
내수와 관련하여 서비스산업도 부쩍 강조되고 있다.
물론 금융 등 제조업 관련 서비스산업과 문화산업 등이 수출 또는 고부가가치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이외에 성장동력이 될만한 변변한 서비스산업을 찾기는 어렵고, 더군다나 외식산업 놀이산업 유흥산업 학원산업 등이 단기적인 실업감소에는 기여하겠지만 성장동력이 된다고 우겨서는 곤란하다.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경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이보다 높다고 해서 이를 뭉뚱그려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하다.
교원정년 1년 연장을 두고 사생결단하던 정치권이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추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교묘한 정치논리의 우스꽝스러운 결과다.
정작 투자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인력 고용에 대한 과감하고 파격적인 세제지원이 먼저다.
이와 함께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와 이공계 대학 일류화 등 기술인력 양성체계와 기초과학 연구체계를 강화하고, 산업기술 정책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등 기술입국을 위한 범국가적이고 초당적인 노력이 지체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여야는 내년만이라도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치활동을 펴야 하고, 정부는 착실한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정권 차원의 엄격하고 대대적인 공적자금 회수 노력과 경제비리 척결을 통해 경제 전반에 퍼져 있는 부도덕성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청산과 경종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drcyle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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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