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불황기의 IT 기술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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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닷컴 붕괴와 9.11 테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데다 2002년 경제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여 90년대 PC와 인터넷 혁명에 흥분했던 것이 아득히 먼 옛날의 일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디지털 혁명에 대한 열정은 많이 식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직장이나 가정 학교에서 필수품이 된 현상은 열정이 식었다고 없어질 수는 없은 일이다.
다른 모든 기술혁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혁명 역시 파도처럼 온다.
첫 번째 파도는 90년대에 밀려와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확보의 방법을 바꿨다.
PC와 인터넷을 통해 기업이나 개인들은 e메일과 아이디어,데이터를 순간적으로 교환할 수 있다.
두 번째 파도는 더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PC에 지능형 장비가 잇따라 연결되고 PC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속도와 신뢰성이 향상되고 비용도 낮아짐에 따라 보다 책이나 영화,빌링(과금)시스템 등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디지털 형태로 변화될 것이다.
21세기의 첫 10년은 디지털 시대(digital decade)가 될 것이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물질(원자)이 전자적 형태(비트)로 변하고 있다.
생산물이 물리적인 것에서 가상적인 것으로 탈(脫)물질화되고 있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음악은 80년대초 컴팩트디스크가 등장하면서 디지털화됐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음악 데이터를 저장할 디스크를 여전히 필요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이 물리적인 형태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비트 형태로 내려받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현상은 소프트웨어, 사진, 비디오와 책 등 다양한 상품에서도 재현될 것이다.
디지털혁명이 진전되면 많은 산업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시장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비용의 절감이란 단순한 형태로 나타난다.
디지털 상품은 실물 제품보다 싸다.
그리고 한번만 만들면 된다.
가상의 물류망을 만들 수 있게 됨에 따라 재고 비용이 줄어든다.
전자출판은 제조,포장,배송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아주 효율높은 비즈니스이다.
가상 배송 서비스가 확산되면 온라인 빌링 및 결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주피터 리서치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결제 서류을 만들고 보내는데 드는 비용이 연간 1백80억달러라고 한다.
주피터는 이 작업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면 비용을 80%나 줄일 수 있다고 예측한다.
디지털혁명으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셀프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고객을 아주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진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으로부터도 환영받는다.
인터넷 덕에 중소기업이 제품을 전세계에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XML(새로운 인터넷 언어)과 같은 기술이 디지털혁명을 더욱 진전시켜 중소기업은 전세계에서 자원을 확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별 고객에 맞춰 만들 수 있게 된다.
디지털세계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은 상호 협력을 통해 이뤼진다.
디지털 혁명에 따른 문제도 있다.
완벽한 복제품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어 지적재산권 보호가 중요해진다.
특히 지적재산권 보호가 불완전한 국가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이미 일부 산업에서는 디지털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환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엄청나게 많다.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늘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리=정건수 실리콘밸리 특파원 ks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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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간한 "2002년의 세계"(The World in 2002)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