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3일연속 하락하며 650선 붕괴를 앞두고있는 가운데 9거래일이 남은 연말 증시에 조정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급등에 따라 언제든지 조정이 나타날 수 있던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었던 미국 증시가 경기회복 무산에 대한 우려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어외국인 자금 추가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엔저현상까지 가세해 수출경기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며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지만 연말 증시가 600대초반까지 조정을 받을수도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따라서 외국인이나 기관이 선호하는 블루칩보다는 개별 중소형 종목이 선전하는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 미 증시 혼조 따른 외국인 매도 17일 거래소시장은 이틀째 계속된 외국인 매도세에 눌려 오후 2시30분 현재 지수는 전날보다 13.53포인트 떨어진 651.37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주 전체로 1천785억원 매도우위를 보이며 10주 연속 순매수행진을 마감했다. 이들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었던 지난 13일에는 저가매수에 나서 2천억원 순매수하기도 했으나 지난 14일부터는 각각 1천22억원과, 1천83억원 순매도하며 2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다 미 증시가 약세를 보임에따라 신규매수세가 약화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식을 팔아치우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으려는 연말심리가 작용,외국인이 팔자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증시는 그동안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그 징후가 가시화되지않는데다 실제 기업실적도 아직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불안한 모습인 것으로 지적됐다. 세종증권 정유택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11월 소매판매가 10년만에 최저치로 나타나며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제동이 걸렸다"면서 "경기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만한 확실한 경기회복 증거가 나타나지 않으면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증시가 하락할 때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면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신한증권 박효진 애널리스트는 "미 경제는 전환점에 서서 경기지표 하나에일희일비하는 모습이며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규모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다"고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 경기와 주가 발목 잡는 엔저 엔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이후 3년만에 최고치인 127엔까지 치솟아 국내 수출경기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10년간의 불황을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엔화약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므로 엔화 가치하락은 일단 추세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증권 강보성 애널리스트는 "일본 경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는 등 공식적으로 '침체' 상황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기조는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것"이라며 "연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30엔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엔화약세는 국산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며 특히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이 직접적인 영향을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엔저현상은 국내 경제 현안해결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투자전략팀장은 "대우차 협상과 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협상에도 엔저현상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제에 낙관적이었던 외국계 기관들은 모두 엔화강세를 전제로 했었다"면서 "기본전제가 바뀌었으므로 전망도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엔저현상은 주식시장에도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 90년 이후 엔달러 환율과 종합주가지수는 상호 대칭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엔화약세때 주가가 오른 적이 거의 없었다. SK증권 현정환 애널리스트는 "가깝게는 지난 97년 11월부터 98년 9월까지 엔화가 약세를 보였을 때 종합주가지수는 23.9% 하락했었다"고 말했다. ◆조정장세속 개별종목 선전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와 엔저현상으로 인해 연말 증시는 조정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피데스증권 정 팀장은 "연말 지수는 6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유일한 매수주체이므로 개별종목 위주로 접근하되 지수관련 대형주는반등시 매도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배당주의 경우 이미 주가가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특별한 매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최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600선 전후까지 내려갈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경기회복 전망이 득세했지만 내년 4분기 GDP성장률은 6%선으로 추정되는 등 회복의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는 내년 경제성장 부분을 이미대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보다는 개인들이 선호하는 가격이 낮고 기업가치가 우수한 중소형주 위주의 개별종목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한증권 박 팀장은 "엔저현상은 이전부터 나타났으나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부각됐을 뿐"이라면서 "경기회복 전망은 유효하고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기때문에 지수는 단기급등에 따른 숨고르기에 들어섰을뿐 상승추세는 살아있는 것으로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내년을 대비해 연말 조정시 지수관련주와 금융주를 저가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