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오래된 건물만 리모델링 대상은 아니다. 새로 지은 건물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간을 리모델링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서울 광화문 4거리에 있는 서울 파이낸스센터 빌딩이 이런 사례다. 지난해 이 건물을 인수한 싱가포르투자청은 방치된 지하 1~3층을 광화문의 지역특성을 잘살려 리모델링했다. 민경식건축사무소(설계및 인테리어담당)와 머리를 맡댄 싱가포르투자청은 지하층을 세계 각국의 음식과 술을 맛볼 수 있는 테마레스토랑,테라스카페,비어펍,피트니스센터 등을 유치하는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 강북에는 호텔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고급 음식점이 없다는 점에 착안,테마레스토랑에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 용도를 결정한 후에는 업무용 빌딩에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빌딩 정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건물 서쪽 세종로 방면엔 선큰 가든을 만들었다. 건물 동쪽 무교동쪽에선 에스컬레이트로 오를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는 전통 분위기를 강조했다. 경복궁 덕수궁 등 전통 건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광화문 일대의 분위기를 지하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앙통로의 벽은 전국에서 구한 옛날벽돌 10만장으로 장식됐다. 지하 2층에 자리잡은 고급 테마레스토랑들도 대부분 옛날 건축소재를 그대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중식당 싱카이는 탁자 의자 장지문 등을 모두 중국에서 들여와 1930년대 상하이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부공간의 조명은 전반적으로 어둡게 가져가고 필요한 곳만 밝게 강조했다. 깊이있는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입점업체들의 매장디자인도 전체 리모델링 컨셉트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업체들에 기본 컨셉트를 설명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도록 했다. 만족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협의를 거듭했다. 민경식 소장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용도결정,지역 특성을 그대로 살리는 내부설계가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