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특성화 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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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실업고는 현재 전체 고교의 38.5%(7백59개)에 달한다.
그러나 95년 전체 고교생의 42.2%였던 학생 수는 올해 34.1%로 줄었다.
실업고의 재학생이 아렇게 감소한 데는 취업보다 대입 희망자가 늘어나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업고가 성적상 인문계에 못들어가는 학생들이 다니는 곳처럼 여겨지게 된 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매년 재학생의 5%가 중도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실업고에 가면 대학 진학이 힘든 건 물론 문제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실업계를 꺼린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80%를 웃돌던 취업률마저 계속 떨어졌다.
결국 상당수 실업고가 인문계 합격자 발표가 모두 끝나는 2월까지 두세 차례 학생을 모집하고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런 상황이 올해엔 크게 바뀌었다는 소식이다.
지방은 물론 경기도 등 서울 인근의 실업고까지 11월초 접수에서 신입생 모집을 거의 끝냈다는 것이다.
특히 공.농.상고에서 탈바꿈한 인터넷고 조리고 디자인고 애니메이션고 등은 최고 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특성화고교와 달리 서울과 경기 일대의 실업고 경쟁률이 높아진 건 교육인적자원부가 83년 폐지됐던 동일계 대학 특별전형제를 2004년부터 정원 3%내에서 부활시키기로 한 결과라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업고 침체의 심각성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치였다지만 진정 실업계 고교를 살리고자 한다면 특례 입학보다는 청소년의 적성을 제대로 계발, 키워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데 정책의 무게를 더 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다. 중학생만 돼도 성적에 관계없이 엄마의 차림을 코디네이션해줄 만큼 패션감각이 뛰어나거나 엔진 소리만 듣고 차종을 맞히는 개성 만점의 청소년이 늘고 있다. 차제에 실업계 고교의 특성화를 촉진, 고교별 정체성을 확립해주고 적극 지원해 공부가 아닌 개성으로 승부할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냈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