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WTO 가입 이후의 對中 무역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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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정서가 11일부터 발효돼 WTO 1백43번째 회원국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잠재시장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제조업 공급기지이기도 한 중국이 WTO 회원국이 됨으로써 한·중 무역관계는 물론이고 세계무역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제 중국은 세계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는 대신 시장개방조치를 계획대로 이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통상 규범도 준수해야 하는 의무도 동시에 지게 됐다.
당장 특별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규정을 적용받게 돼 값싼 중국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본 나라들이 종전보다 손쉽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가입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보험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합작법인이 아닌 외국인 단독법인의 지점설립이 이미 허용됐고,내년 1월1일부터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대폭 인하될 계획으로 있어 우리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시장개방의 폭을 점차 확대해 지난해 15.3%였던 평균관세율을 2005년까지 9.4%로 내리기로 약속해 놓고 있는 상태다.
우리의 세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인 중국이 이처럼 시장을 개방하고 국제통상 규범을 지키게 된 것은 우리에게는 수출을 늘리고,국내산업 보호에도 나설 수 있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관세인하로 자동차,IT,철강 등 우리의 주력 공산품의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저가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과 농어민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국내산업 보호와 관련해 무역위원회는 중국의 WTO 가입의정서 발효에 맞춰 발표한 '대중국 특별 세이프가드 고시'에서 반덤핑 제소요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제소요건 완화가 반덤핑 제소의 남발을 초래해 양국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중국 교역에서 큰 폭의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는 우리가 반덤핑 제소를 남발할 경우 중국측이 보복조치에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경우 다종의 저가품을 수입하는 대신 소수의 공산품을 대량 수출하는 우리가 불리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마늘분쟁에서 경험한 바다.
따라서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대중국 통상관계를 어떻게 원만히 유지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대두됐다고 할 수 있다.
상황변화에 맞게 무역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보강하고 반덤핑 제소가 남발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