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의 일관성없는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방송위는 '방송채널 정책 운용방안'을 통해 서울MBC와 SBS의 위성방송을 통한 재전송을 2년간 금지하고 그 후엔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민영방송사와 지방MBC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는 이번 채널 정책 때문에 지역방송은 곧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김정기 위원장은 이 채널 정책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도 안된 지난 9일 방송된 KBS 1TV '시사진단'에 출연해 방송위의 채널 정책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3월 시작되는 위성방송의 시장지배력을 내년 말까지 지켜보겠다"며 "시장지배력이 과연 지역방송의 광고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면 정책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측은 "자신이 발표한 정책을 아직 시행도 안된 상태에서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방송위의 채널 정책이 이렇게 갈팡질팡인데 어떻게 마케팅 전략을 세워 방송을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방송협의회측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역방송사들의 극렬한 반대를 일단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2년 뒤 서울MBC와 SBS의 위성을 통한 재전송 허용'이라는 방송위의 입장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11일 오전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방송의 동시재전송을 실시할 경우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방송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방송위는 2년 뒤 상황에 따라 재송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자신들의 정책 결정을 합법적으로 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1월부터 KBS 2FM의 광고방송을 수도권지역에 한해 허용한 방송위의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영방송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상업성을 부추길 것이 뻔하다며 공영방송의 광고 비율을 줄여 공영성을 확대한다는 정책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