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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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전형에서 북극성 역할을 해온 총점 석차가 공개되지 않아 진학상담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선생님만 믿지 말고 너희들(수험생)도 알아서 지원가능 대학을 파악해라.영역별 가중치가 대학마다 다르니까 잘 계산해야 한다"
지난 3일 수능성적이 발표된 이후 고교에서 빚어지고 있는 진학상담 혼란상 중 대표적인 것만 고른 것이다.
정시모집 원서접수(10∼13일)가 코앞에 닥쳐왔는데도 많은 수험생들은 아직도 정보부족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특히 "선생님만 믿지 말고 너희들이 알아서 파악해봐라"는 경기 G고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교육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총점 석차 미공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G고의 한 교사는 "상식적으로 총점 석차는 공개할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하는 데도 교육부가 이를 굳이 감추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개했다.
이 교사는 "총점 석차를 공개하면 학생이 서열화된다는 교육부의 논리는 앞뒤가 안맞는다"며 "솔직히 대학가는게 서열화 작업이나 마찬가지인데 숨긴다고 해봐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밖에 더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교육부가 반드시 서열화를 막겠다면 총점은 공개하되 대학들이 총점 석차를 전형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대학마다 전형방법이 복잡하고 다양한 때에 총점 석차라도 알아야 지원가능 대학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이런데도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총점 공개에 따른 학생 서열화를 없애겠다는 큰 취지를 이해해 수험생들에게 불편을 감수해줄 것을 당부하는 정도다.
교육부의 주장이 잘못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모든 자료는 일단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혹여 부작용이 따른다면 그것은 다른 정책 수단으로 막아야 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예 정책 자체를 '없던 일'로 해버리는 행정편의주의가 교육계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필생의 선택'을 앞두고 있는 70만 수험생들은 지금 '희생양'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곱씹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