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제과의 오리온초코파이는 중국에서 단일 상품으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우리나라 제품이다. 낱개로 연간 1억개 이상이 팔린다. 그렇다고 초코파이가 중국 전역에 깔린 것은 아니다. 아직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에 주로 공급된다. 이는 오리온이 의도한 것이다. "문화가 비슷한 북부지역 상권을 우선 공략하고 이를 거점으로 중.남부로 확산하고 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거점전략인 셈이다. 오리온 거점전략의 이유는 '다양성'에 있다. 중국은 '다양성의 나라'라고 할 만큼 지역적으로 복잡한 문화를 갖고 있다. 상술 역시 지역별로 다르다. 당연히 중국 비즈니스 방식도 달라야 한다. 중국인들의 지역별 비즈니스 특성을 얘기할 때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3개 도시가 거론된다. 베이징은 북방의 비즈니스 환경을,상하이는 화둥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을,광저우는 비교적 일찍 개방된 남부 도시의 특성을 대표한다. 베이징인들의 비즈니스 성향은 '수도(首都)'라는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대의명분을 중시하면서 실리에 둔감한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3개 도시 중 관시(關係·인맥)가 가장 잘 통하기도 한다. 그들은 과장이 심하다. 듣기로는 엄청나게 큰 사업일 것 같은 데 막상 가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한편으로는 배타성이 적다. 지방 성(省)세력을 보듬어야 하고,외국 사신을 잘 대접해야 하는 왕조시대 전통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비어 있으면서도 밖으로 과시하기를 좋아하고,또 의리를 중시하기에 인간적인 접근이 가장 잘 통하는 곳이 바로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 상술이다. 상하이는 베이징과는 달리 미국식 비즈니스 마인드가 통한다. 상하이인들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의식이 투철하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실속을 챙기고,절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정부 관리 역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은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외국 기업에 대해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하이 비즈니스맨들은 계약단계에서 지겨울 정도로 꼼꼼한 면을 보인다. 단순 계약이라도 힘겨운 설전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 체결 후에는 의외로 일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들은 외지인에 대해 폐쇄적이다. 그들은 베이징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 '상하이 제일주의'에 빠져 있다. 상하이 비즈니스가 미국식이라고 한다면 광저우는 홍콩식에 가깝다. 광저우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홍콩의 발전을 보았고,생활습관을 배워 왔다. 그들은 베이징 사람들처럼 허풍을 떨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하이 비즈니스맨처럼 옹졸하지도 않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계약을 체결해 이행률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 광저우 소비자들은 실용적인 성향이 강하다. 1980년대 초부터 들어온 서방제품에 이미 익숙해 브랜드에 유혹 끌리지 않는다. 상하이나 베이징 사람들이 외국 고가 브랜드 제품을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다. 광저우 사람들은 음식만큼은 아주 꼼꼼히 챙긴다. 그들을 대접할 때는 술보다는 음식으로 승부를 거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인들은 다양한 상술로 낮선 외국 비즈니스맨들을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