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의 경우 98∼99년의 대세상승장 때보다 오히려 유통물량이 2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 한 중견 펀드매니저의 얘기다. 요즘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은 약 2년전 대세상승기보다 사기 어렵다는 뜻이다. 당시 투신권 수탁고가 2백50조원을 넘는 수준(99년7월)이었던 데 비해 현재는 1백60조원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기현상임이 분명하다. 물론 외국인의 게걸스러운 블루칩 매집이 가장 큰 이유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에 대해 보유지분율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빅10,씨가 말랐다=증권거래소의 외국인 매매추이와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빅(big)10' 대부분의 유통주식 수가 전체 발행주식수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59.2%에 달하고 있고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 보유지분,대주주 지분,장기 기관투자가 보유지분을 제외하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발행주식의 10~1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과 포항제철의 경우 더 심하다. 외국인 보유비중이 47.8%인 SK텔레콤은 해외매각을 위해 페이퍼컴퍼니인 시그넘Ⅳ에 예치해 둔 14.5%,한국통신 보유분 13.39% 등을 제외하면 실제 유통주식비중은 2.5% 내외에 그친다. 포항제철도 5% 안팎의 물량만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한국통신 한국전력 국민은행 등도 전체 발행물량 중 10% 미만만 시장에 풀려 있는 상태다. ◇기타 우량주로 확산=유통주식 감소현상은 '빅10'외의 중소형 우량주에도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아사히글라스 LG전자 등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각각 30%와 8.9%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기초자도 실제 유통주식 비중은 15~1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 대한투신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지분과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넘긴 주식,기관투자가 의 장기 보유분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유통주식 비중 산출은 어렵다"면서도 "업종대표 우량주의 유통주식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현상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커진 변동성=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주가 상승 초기에 주요 블루칩 가격의 오버슈팅(over-shooting)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SK투신운용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은 "법인과 일반투자자의 자금이 투신권에 유입될수록 운용에 곤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가가 오름세를 타는 시기에는 유통주식수 감소라는 수급요인에 의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적정주가를 초과해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주식수 감소가 주로 외국인 지분확대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의해 시장이 '휘둘릴'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장의 확률은 높지 않지만 경기나 정책 측면에서 어느 순간 외국인의 이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게 되면 지수가 급락할 수도 있다. 장동헌 본부장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변경과 한국시장의 MSCI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블루칩 비중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국내 투자자도 그만큼 커진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