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최근 급등 장세를 접고 엿새만에 하락했다. 닷새간 낙폭이 22.30원에 달했던 환율은 1,260원 하향 돌파 시도는 일단 접은 채 한 템포 쉬어가자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국인의 강한 주식순매수에 따른 물량 부담감에 시달리던 환율은 이날 은행권의 충당금 수요 등 매수세가 눈에 띠기도 했다. 증시도 약세로 조정받았으며 수급 공방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오전중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는 환율 급락에 대한 우려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표명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수급 조절책이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주식자금과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이 있어 물량 부담은 여전히 이어지고 1,260원에 기댄 매수세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충당금 수요는 1,260원선을 지키는 요인일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20원 오른 1,265.30원에 마감했다. ◆ 1,260원대 흐름 이을 듯 =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 등 물량에 대한 부담은 계속 있으나 일단 정부의 의지가 1,260원에 걸쳐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쉽게 아래로 내려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지와 외국인 주식자금이 충돌하고 있는 셈.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어제부터 한은에서 각행마다 수요조사를 하고 오늘 금정협을 통해 수요를 부각시켰다"며 "1,267원 레벨은 높은 것 같고 속도조절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세가 하락을 인정하는 분위기며 내일은 1,260원대 주거래로 위아래 다 열린 흐름"이라며 "밑에서는 정부가 개입을 통해 막을 것으로 보여 1,260원대 하향시도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있었지만 주식자금 공급으로 막판에 밀린 것을 보면 여전히 주식시장에 눈을 둬야 할 것 같다"며 "하이닉스 반도체 관련 충당금 수요가 2억달러정도 있었는데 이 수요는 1,260원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날 거래범위를 1,260∼1,268원으로 내다봤다. ◆ 공급 우위 주춤, 매수세 등장 = 최근 보유물량을 적극 덜어내던 역외세력과 업체는 시장분위기를 살피면서 소극적인 거래에 나섰다.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었다. 외환당국의 수급 조절과 안정의지에 맞춰 일부 은행권에서 연말 외화자산 대손충당금 적립과 재정차관 상환을 위한 매수세가 나와 상향 조정을 이끌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53억원, 427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두 시장을 합쳐 사흘 내리 1,000억원이 넘는 매수세를 이었으나 최근의 강력한 매수세가 한 풀 꺾인 탓에 달러매도 심리는 누그러졌다. 국내 증시도 일단 약세 조정을 받으며 거들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46분 현재 124.33엔이다. 전날 뉴욕에서 소폭 내림세를 띠며 124.05엔에 마감됐으나 이날 시오카와 일본 재무상이 엔 추가 약세에 대한 수용발언으로 장중 124.40엔대까지 올라섰으나 추가 상승은 하지 못했다. 이날 엔 약세보다 원화 약세의 진전이 보다 깊은 탓에 엔/원 환율은 1,017.37원을 가리켰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10원 낮은 1,262원에 시작한 환율은 이날 저점인 1,261.90원으로 내려갔다가 이내 오름세로 전환한 뒤 9시 34분경 1,264원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으로 반락, 1,262원선을 한동안 거닐던 환율은 은행권의 충당금 수요로 11시 1분경 1,266.50원까지 올랐다. 이후 환율은 1,266원선을 조심스럽게 거닐다가 11시 55분경 1,266.90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1,266.6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오른 1,266.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267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추가상승은 막히고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이 없는 수급 상황을 반영, 대체로 1,266원선을 횡보하던 환율은 달러되사기(숏커버)로 2시 36분경 이날 고점인 1,267.90원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후 환율은 서서히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에 내밀리며 거래범위를 낮춰 1,265원선으로 진입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67.90원, 저점은 1,261.90원으로 지난 3월 2일 기록한 장중 저점인 1,259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변동폭은 6원.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1,7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1억1,8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9,760달러, 1억7,730달러가 거래됐다. 28일 기준환율은 1,265.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