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논리의 오류 .. 李昌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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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昌洋 < KAIST 교수 / 테크노경영대학원 >
세계경제를 가늠하는 미국경제가 언제쯤 회복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제각각인 가운데 국내 경기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우리 경기가 지난 3·4분기 이미 바닥을 지났다는 주장을 내놓는가 하면,내년 2·4분기 이후에는 세계경제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마치 미국 경제 회복과 그에 따른 세계경제 회복의 열매를 우리가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과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균형감있는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일종의 논리적 오류는 자칫 지금 우리가 꼭 해야 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거나,이를 흐지부지되게 할 우려가 매우 높다.
우선 수요부족보다는 과잉투자와 정보통신기술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기회의 미등장으로 발생한 세계경제 불황이 생각보다 깊고 길 것이라는 상당히 이유있는 주장이 만만찮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의 불황중 이번 불황이 물가상승률이 가장 낮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기대보다는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설사 세계경제가 회복된다고 해도 그 회복 속도와 폭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을 뿐 아니라,그 회복의 열매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간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주마가편(走馬加鞭)하며 좇아오고 있고,유럽국가들도 정보통신 분야에 이어 생명공학분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최근들어 경제문제에 있어 비슷한 오류가 경기전망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요즘 논쟁거리가 된 법인세 폐지문제도 그렇다.
법인세 폐지 주장의 근거는 대개 세가지로 보인다.
첫째,우리의 법인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보다 낮은 나라도 있다는 것이고,둘째는 법인세 폐지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며,마지막으로는 법인세 폐지가 외국인투자의 발길을 우리 나라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 폐지 여부는 한마디로 법인세가 조세로서의 정당성이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문제다.
개인과 법인으로 대별되는 경제활동의 인격체가 경제활동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각각 소득세와 법인세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법인세의 조세로서의 정당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조세전문가는 아니지만 정작 소비 진작과 무자료 거래 근절 등을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인 부가가치세에 대한 검토가 먼저가 아닌가 싶다.
또한 지금의 투자 부진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법인세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조세로서 그 정당성이 있는 법인세를 투자 촉진이라는 다른 목적을 위해 손을 대려는 일종의 '제도유용(制度流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법인세 폐지로 인한 여유자금이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특히 소비 수요와 기술적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여유자금이 곧 투자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투자 유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법인세가 높아 외국기업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렸다는 얘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또한 우리도 경쟁국 못지 않게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혜택을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부여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노사관행 행정규제 기술력수준 시장규모 등 기업경영 환경이다.
설사 법인세가 경쟁국들보다 높아 걸림돌이 된다면 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어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법인세를 단순히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보다는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의 투자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를 정리하고 칡넝쿨처럼 번져가는 경제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과감한 행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언젠가는 회복될 경기를 두고 지나치게 조바심을 치기보다 이를 위해 제대로 준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제는 경제문제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서 제대로 맞지 않는 처방을 들이대는 논리적 오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때다.
drcylee@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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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