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외환정책 제대로 운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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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보복조치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미 달러화 가치가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다.
엔·달러 환율의 경우 미 테러사태 직후에는 달러당 1백15엔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주말에는 1백24엔대까지 급등했다.
불과 두달만에 무려 8%나 환율이 상승한 셈이다.
국제투자자금이 유로화에 몰리면서 한때 0.93달러대까지 급등했던 달러·유로환율도 0.87달러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하락률로 본다면 7.5%에 달한다.
최근 미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그동안 달러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했던 테러사태와 그에 따른 전쟁이 종결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외환시장이 테러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다.
오히려 테러 이전 수준보다 미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금값이 하락함에 따라 국제투자자금이 유일하게 미국증시밖에 갈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국채금리가 이상 급등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달러화 강세가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경기 측면에서도 현재 미국 일본 유럽경제 모두가 침체를 보이고 있으나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 때에는 그래도 미국이 가장 빠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로 미 달러화가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인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앞으로 미 달러화가 추가적인 강세를 보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무역적자가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부시 정부에 정치자금을 지원한 반도체 철강 자동차 업종이 달러화 강세로 심한 타격을 받고 있어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더 강세를 띨 경우 그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일본으로서도 물론 일부 시각대로 엔화가 약세가 될 경우 수출경쟁력 개선으로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고 경기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일본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엔화마저 약세가 될 경우 일본내 자금 이탈에 따른 추가 경기침체 요인(negative wealth effect)이 더 크게 돼 일본경제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 입장에서는 현 수준보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이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세운 목표선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 부담 때문에 쉽게 용인할 수 없다.
앞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강세를 보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들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다.
9월 중순 이후 원·달러 환율의 흐름은 국제적인 흐름과는 격리돼 움직여 왔다.
테러직후 미 달러화가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일 때 원화만 유일하게 약세를 보이다가 최근처럼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또 원화만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정책당국의 시각처럼 '한국증시의 차별성이 부각돼 외국인자금이 많이 유입됨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국인 입장에서는 국제적인 흐름과 격리돼 원화를 운용할 경우 국제투기자금으로부터의 환투기 표적이 되고 수출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와 증시의 차별성이 부각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외환시장의 경우 국제적인 흐름에 크게 이탈하지 않는 것이 소규모 개방국가 입장에서는 거시경제 운영과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이 작으면서 외환당국의 입지를 넓혀주는 길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