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퇴근길이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굳이 겨울 초입임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와닿는 찬바람과 두터운 행인들의 복장,평소보다 길게 늘어선 차량 불빛들이 괜한 스산함을 주곤 한다. 이번 주말 저녁은 친구와,또는 연인과 아늑한 프랑스 식당 한켠을 찾아보자. 모처럼 즐기는 와인과 바베큐 요리가 훈훈함을 되찾아줄지 모른다. 삼청동이 적당할듯 하다. 노랗게 줄지은 은행나무 사이로 아담한 프랑스 식당 간판이 보일 것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길목 지하에 위치한 꺄브(Cave)는 남산의 유명한 프랑스 요리 전문점 "작은 프랑스(La Petite France)"의 지점에 해당한다. 정확한 이름도 "꺄브 드 라 쁘티 프랑스(작은 프랑스의 카브)". "카브"란 원래 프랑스인들이 발효가 끝난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해 이용하는 지하 저장고를 일컫는다. 집이나 레스토랑의 지하실이 주로 이용되며 햇볕과 습기를 막고 통풍을 유지해 깊은 와인맛을 길들여내는 곳이다. 이름처럼 지하 암벽 사이에 자리잡은 삼청동 꺄브는 10개국 1백80여종의 다양한 와인과 그에 못지않은 깔끔한 바베큐 요리로 방문객들을 매혹한다. 이곳의 메인 요리인 바베큐는 작은프랑스 민혜련 사장이 와인에 걸맞는 요리를 고심한 끝에 개발한 것이다. 돼지 등심,오리 가슴살,양 갈비 등 10여가지의 바베큐를 와인의 경중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스테이크와 달리 숫불에서 구워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고기를 로즈마린 등 허븐에 재워두는 방법도 독특한 맛의 비결. 때문에 돼지고기나 오리고기 특유의 냄새 대신 깊은 허브향이 우러난다. 레드와인은 물론 무거운 계열의 화이트와인에도 적당하다는게 지배인의 설명이다. 다양한 소스는 바비큐의 맛을 풍부하게 만든다. 머스타드 소스와 올리브 오일 소스,크림 파프리카 소스 등 3가지정도가 곁들여져 나오며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가격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삼겹살이나 돼지등심 바베큐가 1만8천~1만9천원 수준이며 양 갈비 바베큐는 2만8천원이다. 와인은 1병에 3만원부터 최고 2백20만원까지다. 한잔은 7천원선.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돼지 등심 바베큐에 보르도 메독지방의 레드와인이 적당하다. 전채요리는 작은프랑스의 요리를 응용했다. 전채요리는 프로방스식 홍합요리가 감칠맛을 더해준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소뮬리에 출신 지배인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주차는 인근 수와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간은 오후 5시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테이블이 6개여서 예약을 미리 해두는 편이 좋다. 예약은 오후 5시30분부터 받는다. (02)739-1789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