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전 세계 브라운관 시장점유율 22%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 정상의 브라운관 생산업체다. 미국 중국 독일 등 세계 10여개국에 2만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70년 창립 이후 지속적인 호황을 누려온 이 회사는 지난 95년말 브라운관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대만의 경쟁업체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위협했고 TFT-LCD 등 브라운관 대체상품의 출현은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고객들은 끊임없이 빠른 납기를 요구했고 품질과 AS(애프터 서비스)에 대한 요구 수준도 점점 높아만 갔다. 삼성SDI는 품질 원가 납기 서비스 등의 종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혁신(PI)과 이를 지원하는 세계화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구축에 나섰다. 삼성SDI는 이 과정에서 업무혁신과 ERP 도입을 동시에 추진, 적응기간을 최대로 단축했다. 그 결과 삼성SDI는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물류 부문에서는 '16주 연동 주간계획체제'를 도입해 월단위 생산계획을 주간단위 생산계획으로 변경시켰다. 수주에서 출하에 이르는 시간이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됐다. 제조업체로는 드물게 도입한 '생산좌석제'도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생산좌석제는 영업사원이 고객으로부터 상담문의를 받았을 때 비행기좌석 예약시스템처럼 즉시 의사결정을 해 고객에 응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되던 '영업.생산회의' 등의 비효율적인 회의를 없애고 구매 영업 제조의 불필요한 업무를 폐지했다. 제품개발 분야에서는 고객의 요구를 병행 처리해 납기를 줄이는 복합엔지니어링(CE)과 이를 지원하는 PDM(Product Development Management)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런 활동으로 22개월 걸리던 신기종 개발 기간이 8개월로 줄었고 신기종 양산시 초기수율을 50%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정보시스템의 인프라구축 외에 ERP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비즈니스 체제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전략적 기업경영 시스템(SEM),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을 도입하는 등 인터넷 기반의 정보인프라를 확충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자문서거래(EDI) 기능을 포함한 웹 기반의 협력업체 포털을 완료해 구매부문의 인터넷기반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구매기간의 단축은 물론 재고물량의 30% 감소와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올해는 전체 구매물량중 70%를 인터넷을 통해 구매함으로써 약 8백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런 e비즈니스에 대한 노력은 해외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이 회사는 국내 4개 사업장과 9개 해외법인에 글로벌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ERP 시스템을 웹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함으로써 전세계 어디에서나 ERP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