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1973년에 씌어진,골프를 취미로 둔 사람들에 대한 글이다. 골프의 좋은 점은 알겠지만 거기에 사용되는 연장이 값비싼 외제이고,그린피가 고액이기 때문에 저항감을 준다는 내용이다. 모든 가치관이 참 많이도 변했는데 골프에 대한 생각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몇 년 전 읽은 이 글이 기억나는 것은 글 마지막에 적힌 구절 때문이다. '오늘 나의 취미는 끝없는,끝없는 인내다'라는 법정스님 자신의 취미에 대한 구절. 고행일수도 있는 '인내'를 취미라 하시다니 과연 그분다운 신선함으로 글을 맺으셨다. '인내가 취미가 된다' 얼마 전 전라도가 고향이라는 골퍼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은 골프를 시작한 후 자주 읊조리는 말 중 하나가 "내가 시방 뭐하는 것이여?"라고 한다. 평소 문장이 세 줄을 넘으면 그조차 읽기 싫어하는 자신이 골프책을 사두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또 그렇게 잠 좋아하는 사람이 잠자는 시간 아껴가며 연습장으로 골프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다가,문득문득 그런 말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어디 그 분뿐이겠는가? 골프장 가는 날,자명종 두 세 개를 맞춰놓고 새벽 네 시에 잠을 쫓으며 "공부를 이렇게 했어봐…"라고 읊조리게 되고 칼바람 부는 골프장 언덕에서 덜덜 떨며 '내가 왜 돈 내고 이 고생을 사서하는 걸까?'라는 혼잣말을 하게 되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꾹 참고 행하게 되는 것,어디 그 뿐인가? 끝없이 통화 중이기만 한 골프장 부킹 전화에 매달려 인내력 테스트를 해야 하고,채를 내팽개치고 싶을 정도로 볼이 안 맞아도 얼굴에서 미소를 잃어서는 안되고…. 그 속타는 일들을 되풀이하며 10년 넘게 그걸 되풀이하는 골퍼들도 있지 않은가? 거기에 핸디캡이라도 줄어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10년째 제자리인 핸디캡이면서도 까맣게 탄 속을 부여잡고 여전히 나의 취미는 골프라 말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골프를 해야 한다고 하나? 골프를 참아야 한다고 해야 하나? 비록 법정스님의 취미인 그 '인내'와는 다르지만 어찌 보면 골퍼들 역시 인내가 취미인 사람들이다.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