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26
수정2006.04.02 05:28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실현됐다.
가입이 확정되기 얼마 전 주룽지 총리는 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을 만나 오는 2010년까지 중국과 아세안 10개국이 '자유무역 지대'를 형성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는 한·중·일 3개국 정상이 '앞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한다'고 한 외교적 수사보다 훨씬 실질적 내용이 담겨 있는 합의다.
원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정치적 확장을 상당히 경계해 왔다.
그러나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경제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하에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가속화,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대만도 동시에 WTO에 가입하면서 대만당국이 장기간 견지해 오던 대륙투자 억제정책의 빗장이 풀리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대중국 투자를 중심으로 대만이 중국경제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홍콩은 일찍부터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내륙진출의 결의를 단단히 다져 왔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동남아시아지역이 중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정부는 이미 자국 대기업들에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만이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생기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이미 15년 전부터 준비되어 온 일이다.
때문에 11월11일을 계기로 그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식 가입이 가져 오는 심리적 충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세계 6위 경제력과 7위 무역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2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이 WTO 정식 회원국이 되면 경제의 시장화가 가속화되며,경제성장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견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다국적기업들의 중국진출이 가속화되어 왔다.
올해에도 9월 말까지의 외국인투자 계약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30%나 늘어난 4백93억달러에 달했고,실행액도 21% 늘어난 3백22억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최근 몇년 간 시행해 온 내수확대 정책이 주효,IT제품 주택 자동차 등이 소비증가를 보여 올해 7.5%의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내년에도 7%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WTO에 가입하게 된 만큼 중국정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낙관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즉 경제의 고성장이 지속되는 한 중국은 WTO 가입이 가져오는 충격을 극복하기도 쉽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인해 한국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그 이면에는 중국의 발전으로 인해 한국의 산업공동화가 가속화되고,제3국 시장에서 중국제품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 어려움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즉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해소할 경우 장기적으로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이 경제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설사 중국이 우리를 뒤좇아 오지 못한다 해도 다른 나라에 추격당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나라가 곁에 있으면 오히려 비교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기술개발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실현하면서 경제적 발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을 9·11 뉴욕 테러참사나,중국의 경제발전과 같은 외부적 원인에서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초부터 중국 '붐'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그렇다고 중국의 경제력을 과대 평가하고,우리 자신의 잠재력은 과소 평가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hxhan@daisy.kwangwoon.ac.kr
◇필자 약력 =
△중국 베이징대 세계경제학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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