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알선 회사에 근무하는 K씨는 올해 취업시즌을 "지옥에서의 한 철"이라고 말한다. 신규취업 재취업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취업전문 회사들은 앞으로 취업 40%,창업 60%로 업무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수익중심 경영이 확산되면서 직업 구조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 실업은 증가하고 있고 샐러리맨들은 30대 중반 이후 퇴직 걱정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창업"은 우리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창업은 이제 시기만 다를뿐 누구나 최종적으로 거쳐야할 필수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창업의 지위가 격상됐지만 창업자 의식이나 시장 환경은 열악하다. 그래서 "창업만 있고 경영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들이 창업붐을 타고 무차별적으로 창업 전선에 나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이나 체인본사의 지원과 창업교육도 "창업"을 돕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후의 성장과 발전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창업 교육은 업종이나 입지 선정에 그치고 있다. 창업관련 공짜 교육만 만연해 있고 체계적인 유료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 오픈에만 주력하고 개점 후 어떻게 성공시켜야 할지에 대한 전략이나 노하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맹점주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본사는 드물다. 정부도 창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에 관심을 쏟지만 경쟁력 지원에 대해선 소홀하다. 창업자도 문제가 많다. 유망한 업종을 선택하고 창업에 필요한 자금만 준비하면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사람이 많다. 최근 창업시장은 과잉 경쟁에 따른 전.폐업과 세대 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속에선 "무엇을 할 것인지" 보다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지"가 중요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창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선결돼야 한다. 첫째,소매업은 하기 쉽고 하찮은 것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구매자 중심의 경제에서는소비자를 만나는 작은 점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영 능력 없이는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둘째,창업 교육은 경영 교육으로 전환돼야 하다. 업종 및 입지선정,체인본사 선택 요령도 중요하지만 마케팅 및 영업전략,품질 서비스 브랜드 및 고객관계 관리 등 사업을 발전시키는 경영자 자질은 더 중요하다. 셋째,소규모 창업은 가벼워져야 한다. 점포나 시설비 등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무거운 업종에서 벗어나 지식 영업력 등 무형 자산을 무기로 한 소프트 창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넷째,창업 인프라 구축에 눈을 돌려야 한다. 자동화 및 정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프랜차이즈 산업이나 업종별 협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소규모 사업자를 문화 사업자로 육성해야 한다. 소매업은 삶의 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자로 수준을 높여가야 창조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