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는 올해 양국간 최대 현안이었던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협상을 타결지었다는데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이 두가지 현안을 놓고 양국의 이해가 워낙 첨예하게 엇갈렸던 만큼, 이번 SCM에서 최종 합의를 끌어낼 때까지 그 누구도 타결을 낙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 모두 이 두 현안을 뒤로 미룬다고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판단아래서로 한발씩 양보, 양측의 이해를 절충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양측은 합의결과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이며, 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거의 전쟁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회담에 참여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저자세 군사외교 아니냐'며 반발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우리측은 주한미군 기지.훈련장 반환 협상에서 어느 정도 소득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군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LPP 협상의 경우 이번에 합의된 반환대상 기지는 협상초기 거론된 16개 기지, 100만평에서 20개 기지, 140여만평으로 늘었다. 반환 대상에 추가로 포함된 곳은 군산비행장 외곽공여지(26만2천평)를 제외하고는 용산 삼각지 캠프킴(1만4천평) 부산 하야리아(16만3천평) 동두천 H-220(5.9만평)등 3곳이 도심지여서 막바지 협상에서 협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도 LPP 협상에서 기지 통폐합에 필요한 신규 부지로 의정부 등 4곳에서 75만평의 땅을 공여받는 등 나름대로 소득을 올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미국이 훨씬 더 실리를 챙겼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미국은 내년 분담금으로 올해보다 10.4% 이상 증가한 4억9천만달러를 받게 됐고2003년과 2004년에도 전년도 대비 고정인상률 8.8%에 종합물가상승률(GDP 디플레이터)을 가산한 인상폭을 보장받아 주둔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물론 우리측은 분담금중 원화지급 비율을 현재의 62%에서 내년부터 90% 수준으로 확대하는 데 미측 동의를 얻어내 환차손 위험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긴 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3년간의 연평균 증액율 12%에 비하면 내년도 분담금 인상폭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9월하순 서울에서 열린 한미고위급협상에서 우리측이 올해대비 4%선을 고수하며 협상결렬을 선언했던 '뱃심'에 비하면 적잖이 후퇴한 셈이다. 특히 주한미군이 기존의 방위비분담금도 다 쓰지 못하고, 상당 정도의 불용액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10.4% 인상은 국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이번 SCM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미국방부 고위간부들이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운용성' 거론하며 미 보잉의 F-15K를 한국 공군의 차세대전투기로 선정해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청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고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비상상황에서 양국간 연례안보회의가예정대로 열려 전통적 한미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대북 문제를 포함한 각종 안보현안을 놓고 양국의 입장을 조율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 럼즈펠드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테러전쟁속에서 회의를 개최한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