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먹어도 수행의 끈 놓아선 안돼"..禪서화전 여는 석주.석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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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팔순을 바라보는 두 노승이 함께 선(禪) 서화전을 연다.
14일부터 1주일간 서울 인사동 공평아트센터에서 '선속의 묵향'전을 여는 석주(92·서울 칠보사 조실),석정 스님(73·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선서화는 마음을 고요히 해 일체의 분별적 사유를 떠난 직관의 세계인 깨달음의 정신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
1923년 남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석주 스님은 법랍만 80년에 가까운 한국 불교계의 원로 중 원로다.
젊은 시절 오대산 상원사와 묘향산,보현사 등 전국의 선원에서 참선 정진했고 아흔을 넘은 노구에도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 선승의 표상이다.
1940년 송광사에서 석두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석정 스님은 불화의 대가.
지난 92년 불화부문 단청장으로 지정된 '불모(佛母)'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석주 스님은 이번 전시회에 '달마도'와 '한산·습득'등 36점의 서화를 내놓았다.
대나무처럼 곧고 단아한 필치가 무언설법(無言說法) 그 자체다.
떨리는 손으로 붓을 잡고 단숨에 써내려간 반야심경이나 '선용기심(善用其心:마음을 잘 쓰라)''자실인의(慈室忍衣:자비를 집으로,인욕을 옷으로 삼는다)'등의 글씨는 나이를 믿기 어려울 만큼 힘차다.
중국 북송 때 영명 선사의 문집에 나오는 '상송결조 수월허금(霜松潔操 水月虛襟)'이라는 구절도 가슴에 와닿는다.
서리와 소나무같이 깨끗한 지조를 가지고 물에 잠긴 달같이 가슴을 비운다는 뜻.
석정 스님은 달마도와 한산습득,포대화상,난과 괴석 등 다양한 화제와 주제를 담은 작품 1백4점을 선보인다.
먹 이외에 청·황·백·적·흑 등 다섯방위를 나타내는 고유의 오방색과 금니 등을 쓴 채색화가 주류다.
동자가 피리를 불며 소를 타고 가는 모습을 그린 '동자기우도(童子騎牛圖)'에서 석정 스님은 "가소롭다 소를 찾는 자,소를 타고 또 소를 찾는구나.그림자 없는 나무를 꺾어다가 바닷속 물거품을 태워 버려라"라며 선의 경지를 표현했다.
석정 스님은 "선화란 번득이는 지혜의 관찰력으로 사물을 직관하고 맑은 먹과 날카로운 붓으로 그리거나 쓴 것"이라며 "보는 이의 망상을 쉬게 하고 도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