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사슬(supply chain)이란 원재료 구입부터 소비자에게 최종 제품을 전달하는 것까지의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크게 볼 때 공급업자,구매,생산,유통,소비자의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공급사슬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SCM)란 원재료,반제품,완제품과 관련된 물적 흐름과 정보의 흐름을 통합적 관점에서 관리해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이 인식하는 SCM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SCM은 한 기업 내에서 일어나는 판매,생산,구매 활동의 조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공급사슬상 여러 조직 간의 협력,즉 공급업자 생산업자 유통업자 고객간의 전략적 제휴나 아웃소싱 등을 뜻하기도 한다. 또 공급사슬 상의 조직들간의 수요,재고,생산계획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이러한 실시간 정보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도 포함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e마켓플레이스를 통한 구매.판매 활동의 효율화 및 자동화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인식은 각 기업이 속해 있는 공급사슬의 특성이 다르고 이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선택 또한 다양해진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SCM의 아이디어는 공급사슬이 생성된 이 후 계속 존재하여 왔으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년 사이의 일이다. 기업 물류비의 규모가 크지면서 효율적인 SCM을 통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산업의 예를 들어 보자. 미국에서 이루어진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시리얼 제품을 공장에서 슈퍼마켓까지 수송하는데 평균 1백4일이 걸리는 등 분배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비용의 낭비가 매우 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분배시스템의 중간단계를 제거함으로써 연간 분배비용의 10% 를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는데 이것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3백3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공급사슬관리가 한층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공급사슬 관리와 관련된 비용의 절대적 규모가 크다는 이유 만에서는 아니다. 오히려 공급사슬의 효율적인 관리가 비용감소 뿐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고객에 대한 높은 서비스수준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잘 충족시키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신속하게 충족시키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의 예를 보면 16K는 모스텍,64K는 히타치,2백56K는 NEC,1MB는 도시바가 각각 시장을 선점하며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는 상표 충성도가 아니라 시간적 우위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이 소비자 수요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기업이 승리한다는 시간경쟁이며 고객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1994년 컴팩 컴퓨터는 고객이 원하는 컴퓨터를 제 때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손실이 5백만 달러에서 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1995년 IBM은 새로운 개념의 노트북 "싱크패드 701C"의 광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으나 수요예측에 실패해 재고부족으로 고객을 3개월 이상 기다리게 했기 때문에 판매기회를 상실하는 우를 범했다. 또 한가지 SCM의 발달에 크게 공헌한 것은 정보.통신 기술과 컴퓨터 기술의 급속한 발달이다. 이러한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SCM의 구현에 필수적인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통신 시스템을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적은 비용으로 구축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해 얻은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유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됐으며 의사결정의 자동화 수준도 높아지게 돼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시간 낭비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베네통,델 컴퓨터 등과 같은 다수의 SCM 성공사례의 전파는 다른 기업들이 SCM에 대한 투자를 정당화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해 주었다.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도 공급사슬의 효율적 관리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기업활동의 세계에는 국경이 없다. 생산활동 자체가 국경을 넘어 전세계에서 이루어 지는 것은 물론이고 비용절감만 가능하다면 부품과 서비스를 세계 각국으로부터 조달한다. EU같은 초국적 공동체들이 이미 결성됐고 포드사의 "포드 2000 글로벌 리엔지니어링 계획"과 같이 광역시장을 통합 관리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JIT(Just-In-Time) 시스템의 도입도 활발해졌다. JIT시스템 도입과 함께 효율적 수송 및 정보시스템이 필요하게 됐다. 정보.통신 기술은 갈수록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들 또한 과거처럼 소극적인 자세로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다양한 욕구를 기업들이 충족시켜 주길 기대하며이러한 변화는 효율적 SCM의 중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과 비용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있으나 기업은 효율적인 공급사슬관리를 통해 높은 서비스 수준과 낮은 비용을 동시에 달성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급사슬의 효율적 설계와 운영을 통해 공급사슬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기대되는 효과로는 재고수준의 감소,조달시간의 단축 및 예측 가능성의 증대,시장변화에 대한 신속한 반응 등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양만큼 배달함으로써 최종 소비자의 만족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된다. 박상욱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 한경-매니저소사이어티 공동기획 www.managersociet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