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소식이 전해진 10일 새벽 베이징 언론들은 흥분했다. 각 방송들은 WTO회의 장면을 생중계했고,'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장면을 보며 기자는 대만과 홍콩 학계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10년 주기설'을 떠올리게 된다.공산당 건국 이후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던 대사건이 10년 단위로 일어났다는 게 10년 주기설의 근거다. 공산당이 대륙에 정권을 세운 것은 지난 1949년 10월이었다. 급진적 경제부흥에 매진하던 중국은 그로부터 10년 후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파탄지경에 이른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권좌에서 밀려난 게 59년이었다. 또 다시 10년 후.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이 절정에 이른다. 덩샤오핑(鄧小平) 류샤오치(劉少奇) 등 개혁파가 베이징에서 철저하게 쫓겨난 게 69년이었다. 다시 정권을 잡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것은 그로부터 또 다시 10년이 흐른 1978년 말이었다. 개혁개방의 길을 힘차게 달리던 중국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유혈참사를 겪게 된다. 10년 후 1999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커다란 사회적 충격은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안으로는 중국체제를 급변하게 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 해 11월 중국과 미국이 WTO가입 양자회담을 타결,중국의 WTO가입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10년 주기 사건'은 모두 이전 10년 간 축적된 모순이 폭발하는 과정이란 공통점을 갖는다.중국에는 지금 축적된 모순이 적지 않다.기업 개혁으로 수천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내쫓겼다.빈부격차에 따른 일반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관료부패 등이 사회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WTO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외부충격을 통해 미진한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고,외국자본을 더 끌어들여 실업 및 디플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도 엿보인다.이게 바로 WTO가입을 '10년 주기 사건'으로 보는 이유다. 중국의 다음 10년 주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다음해인 2009년.1999년의 주기를 무사히 넘긴 중국이 2009년에 또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궁금하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