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수급이 주가를 말해주는 장세가 펼쳐지면서 시장전망이 몹시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지만 개별종목별로는 힘을 내는 종목이 많다. SK텔레콤과 우량 금융주들은 매물벽을 뚫은 상태로 몸이 가볍다. 하지만 매물벽에 들어선 종목도 적지 않다. 시장 전체적으론 지수 580~590선까지 겹겹이 쌓인 매물과의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거래가 늘어나는 등 시장에너지가 더 응집돼야 추가 상승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종합주가지수는 매물과 전쟁 중=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저점이었던 지난 4월10일(491.21)부터 이달 7일까지의 가격대별 거래량(매물대)을 조사한 결과 560∼590선이 가장 두터운 매물벽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거래된 상장주식의 누적거래량은 6백51억주에 달한다. 이날 주가가 상승하면서 최대 매물벽인 560∼570선을 돌파했다. 이 지수대에서는 총 거래량의 12.54%인 81억주가 거래됐다. 하지만 570∼580선에서 41억주(6.32%),580∼590선에서 54억주(8.35%)가 거래돼 앞으로도 매물벽과의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거래밀집구간 넘어선 종목=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선 최근 휘파람을 불고 있는 금융주와 SK텔레콤의 매물 부담이 가볍다. SK텔레콤은 최근 매물벽을 잇따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3·4분기 영업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좋게 나온데다 자사주 물량의 시장 출회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호재가 되고 있다. 신한지주 한미은행 하나은행 삼성화재 등 우량 금융주는 연중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면서 일찌감치 매물벽을 돌파한 상태다. ◇매물벽 진입 종목=삼성전자는 19만∼20만원대가 최대 매물벽으로 총 거래량 중 17.44%인 1천6백30만주가 이 가격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이를 뚫고 올라가더라도 23만원대까지 층층이 매물벽이 쌓여 있는 상태다. 포항제철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8만∼9만원의 두터운 매물벽을 돌파했다. 그러나 총 거래량의 30%인 8백50만주가 거래된 9만4천∼10만4천원선을 뚫고 상승하는 것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대 매물벽인 2만2천∼2만4천원에서 매물소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를 뚫고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매물부담은 줄어든다. ◇매물벽 앞둔 종목=기아차는 대규모 거래밀집지역인 8천2백∼8천7백원대를 넘어섰지만 층층이 매물벽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전력도 전체 거래량의 12.33%가 거래된 2만7백∼2만1천2백원선의 매물벽에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이 매물대를 돌파하더라도 매물벽이 계속 포진하고 있다. 한국통신 역시 5만∼5만5천원에 최대 매물대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SDI도 대형 매물벽인 5만2천5백∼5만4천5백원선에 진입해 있다. 하지만 5만5천원대 위에 매물벽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상승할 때마다 매물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는 총 거래량의 14.63%가 거래된 9만7천∼10만2천원의 매물벽에 진입해 있다. ◇향후 전망=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국민은행 상장 등을 전후로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 상승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수 580선은 미국 테러 사태 이전에도 저항선이나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지수대인 만큼 이를 쉽게 뚫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에 근접,기관의 매도차익거래 청산이 활발해질 경우 580선을 뚫고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매물부담이 없는 종목이나 매물벽에 진입해 있더라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뒷받침되는 종목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은 주가지수가 상승 부담을 느낄 경우 오름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 580선부터는 매물이 많기 때문에 거래량이나 거래대금도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며 "기관의 매도차익거래 청산 여부에 주목하면서 현·선물 가격차이인 시장베이시스 추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