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보건복지부 회의실에 느닷없이 카메라 기자들이 들이닥쳤다. 복지부가 최근 신생아 돌연사 사고와 관련,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른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리대책을 발표키로 했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뉴스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카메라 기자들의 판단에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여지없이 배반당하고 말았다. 대책에는 '알맹이'가 없었던 것이다. 산후조리원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신생아들의 집단감염 예방지침을 배포한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고가 터진지 1주일이나 지난 뒤에 내놓은 대책으로는 너무 부실한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과 비난이 나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법령이 없어 강제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항상 일이 터져야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뒷북 행정'에 있다. 산후조리원은 핵가족화로 곁에서 돌봐줄 친·인척이 줄어드는 추세와 맞물려 이미 지난 몇년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던 터다. 전국에 3백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회 각계에서는 산후조리원의 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점을 제기해 왔던게 사실이다. 산모나 신생아는 병원균에 취약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산후조리원의 시설 규격이나 관리는 수년간 방치 상태에,정확히 말하면 '보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러다 3명의 신생아가 죽고 10여명이 병원에 실려가는 사고가 터진 뒤에야 비로소 '산후조리원의 제도권 흡수 운운'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고에 대응하는 복지부의 그간 행적을 보면서 정부는 국민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도 마냥 '신중'하기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환경이나 보건안전은 규제가 가해져야 마땅한 분야다.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 같아서…"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공무원들이 정작 규제해야 할 것과 풀어야 할 것을 혼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유병연 사회부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