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려야 나라가 산다] 제4부 : (16) '과중한 물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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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과중한 물류비 부담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올해초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5백6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 기준 기업의 평균 물류비 부담은 매출액의 12.5%에 달했다.
97년 조사 때보다 0.4%포인트 낮아지긴 했으나 유럽(4.7%) 일본(6.1%) 미국(7.7%) 등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큰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규모의 팽창으로 물동량은 급속히 증가하는데 비해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은 더디기 때문.
정부의 SOC건설 계획은 예산부족 등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더러는 물동량 증가에 대한 예측 자체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만이다.
지난 98년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001년 전국 항만의 물동량은 8백99만TEU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국 항만의 물동량은 지난해 9백만TEU를 넘어섰다.
중국을 드나드는 화물의 한국내 환적량(하역하지 않고 옮겨싣기만 하는 물량) 증가를 예상하지 못해 전망이 크게 빗나갔다.
중국 화물의 환적량은 지난해 2백45만TEU로 KMI의 전망치(1백56만TEU)를 훨씬 웃돌았다.
게다가 투자도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당초 96년부터 2001년까지 13조4천4백88억원을 투입해 전국 항구에 2백개의 선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투자는 52%에 불과한 7조4백34억원으로 계획의 32%인 64선석을 마련하는데 그쳤다.
그뿐 만이 아니다.
만들어 놓은 시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 대산단지의 삼성석유화학은 인근에 평택항이 있는데도 부대시설의 미비로 멀리 인천이나 군산까지 나가 수송한다.
아시아의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영종도 신공항의 화물청사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경쟁국 공항의 경우 2백50달러 미만 화물은 X레이를 통해 그냥 통과시키고 그 이상만 별도의 통관절차를 밟게 하는데 비해 영종도에서는 기준을 60달러로 잡아놔 통관이 느리다"고 전했다.
그는 "목록통관 기준액을 2백50달러로 잡을 경우 통관이 15%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안과 예산상의 문제를 내세워 정상 근무시간만 지나면 별도의 임시개정비를 지불해야만 통관을 해준다.
물류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데는 항만 물류정보망 통관망 무역망 금융망 등 기관별 기업별로는 시스템이 연계돼 있지만 업무 전반에 걸친 정보공유체계가 부족한데도 원인이 있다.
한국파렛트협회가 지난 9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물류활동의 기계화 자동화 일관수송을 위한 표준 팔렛(화물 받침대)의 보급률은 16.8%로 일본의 35%, 미국의 60%,유럽의 90%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물류는 흐름이다.
항만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항만까지 가는 도로나 철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화물터미널 유통단지 창고시설은 건설교통부, 집배송센터는 산업자원부, 항만은 해양수산부, 농수축산물 종합유통센터는 농림부, 의약품공동물류센터는 보건복지부, 철도종합물류기지는 철도청으로 관할부서가 쪼개져 있어 유기적인 관리 및 개선방안 마련이 어렵게 돼있다.
특정 부처에서 조정권을 부여, 종합 청사진을 만들어 추진하지 않고는 체계적인 물류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문제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53.3%는 물류비를 계산할 때 독자적으로 작성한 기준을 사용한다.
체계적인 산정기준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물류비를 계산하는 기업도 23.9%나 된다.
게다가 아직도 창고와 수배송 차량까지 직접 관장하려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니 영업인력의 20%는 선박과 차량을 수배하고 화물의 위치를 추적하느라 전화를 붙잡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 일쑤다.
기업들도 물류를 과감히 아웃소싱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미국 UPS에 북미지역 물류를 위탁한 삼성전기 관계자는 "완벽한 재고파악이 가능해져 재고관리비용이 줄어들고 매출 기회비용 손실처럼 숨겨진 비용까지 찾아내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물류비를 3년안에 30%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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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이희주 산업부장(팀장) 손희식 김태완 김홍열 강동균 정지영 기자